김상욱 교수와 함께 떠나는 8월의 책여행

2020-08-03 11:31
postech

 

토익 만점과 눈알 하나를 바꾸겠는가? 토익 만점을 받기 위해 눈알 하나를 희생한 사람의 수기가 있다. 물론 소설 속에 이야기이다.

심재천 작가의 <나의 토익 만점 수기>를 재미 있게 읽었다. 짜임새 있게 잘 쓰여진 소설이다. 상금이 무려 1억원인 ‘중앙 장편 문학상’ 수상작이다. 1억원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다. 만약 영화화 되어도 그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작가의 필력을 넘어서는 연기자가 연기를 해야한다.

우리 사회의 영어 능력 우대 현상에 대해 꼬집었다. 종합상사 해외영업부라면 영어능통자가 필수 이겠지만, 국내 영업직이나 자동차 회사에서도 영어 능력자가 꼭 필요한가 진지하게 묻는다. 취직을 못해서 집에서 설거지를 할 때도 주인공은 한숨처럼 혼잣말을 한다. ‘좋은 회사에 취직 해야지, 그래 토익 만점을 받는거야.”

힘들게 영어 공부를 해도 영어실력이 늘지 않으니 호주 연수를 가서 마리화나 재배 업자의 인질이 된다. 그리고 인질이 되어 경찰과 대치하다가 총격에 눈 한쪽을 잃는다. 영어를 마스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네이티브 스피커의 인질이 되는 것이다. 영어를 몸에 확실하게 붙이면 어쩌다 몸을 부딪혔을 때도 자신도 모르게 ‘웁스’가 튀어나온다. ‘앗’이 나온다면 아직 영어 공부가 덜 된 거다.

“한국이란 나라가 정말 궁금하군. 도대체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그 나라의 국민이 되는 거야?”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작가의 얘기에 공감이 갔다. 작가 자신도 호주 어학연수를 다녀왔다고 한다. 그런데, 어학 연수만으로는 영어실력이 그 다지 늘 것 같지 않다.

나는 대학 다닐 때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새벽에 종로 어학원도 다니고, 이익훈 교재도 매달 받아 보고, 타임지를 정기 구독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다지 영어실력은 빨리 늘지 않았다. 영어 말하기 실력을 늘리고 싶어서 학원 등록도 해 보고 비싼 개인 영어 과외 선생님에게 배워 보기도 했다. 별 도움이 않 됐다. 영어학원 선생님은 호주 사람도 있었고, 캐나다 사람도 있었다. 내가 들어도 영화에서 듣던 미국 배우들과는 발음이 달랐다.

영어 실력이 크게 늘게 된 개인적인 계기가 있다. 미국에 유학 할 때 매일 저녁 같은 시간에 TV프로그램을 보았다. ‘블라인드 데이트’라는 프로인데, 모르는 두 남녀를 소개팅 시켜놓고 그들이 사귀거나 말다툼을 하거나 애정표현을 하거나 크게 싸우거나 하는 것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프로였다. 영어책에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표현들이 매일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영어는 이렇게 배우는 거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를 쓰는 원어민과 사귀면서 매일 대화하고 싸우고 지지고 볶고 하면서 온갖 표현을 배우는 거다. 그러다 영어로 꿈을 꾸기 시작하면 드디어 영어가 완성된다. 영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원어민의 인질이 되라는 얘기가 공감이 간다.

나는 원어민과 사귈 기회는 없었다. 내가 추천하는 그 다음으로 좋은 방법은 원어민들이 서로 애정표현을 하기도 하고, 심리 싸움을 하기도 하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도 하고, 욕을 하며 싸우는 프로그램을 매일 보는 것이다. 넷플릭스를 구독한다면 액션이나 공포 장르 보다는 말이 많은 남녀가 대화하며 다툼을 하는 프로를 찾아 보길 추천한다.

제목

나의 토익 만점 수기

저자

심재천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청구기호

PL959.65.심73 .나67 2012

 

요즘 많은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한다. ‘코로나 이후에 대학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1665년 흑사병으로 케임브리지대학교가 문을 닫았을 때 아이작 뉴턴은 스스로 공부하며 시간을 보내다 미적분을 발견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추진력이다. 많은 사람들은 좋은 대학을 나와야 성공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고 끈질기게 문제를 파헤치는 탐구심이 있다면 대학 연구실에서 보다 더 큰 성과를 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대학에서 배워야 할 것은 폭넓은 통합 지식, 전문가가 되기 위한 준비, 지적 기량, 응용력, 시민 정신 등 이다. 대학이 직업교육 기관으로 전락한다면 그 가치를 잃게 된다. 대학 교육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학생이 스스로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기본기를 길러주는 것이다. 답이 없는 질문이라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보고 자신이 정한 기준 안에서는 답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갖추면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다. 자기 힘으로 생각하는 힘이 핵심이다.

1727년에 이미 벤저민 프랭클린은 대학 무용론을 설파했다. “자식이 어리석고 멍청하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은 채 그저 돈이 있으니까 대학에 보내겠다는 부모는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다. 변변한 재능도 없이 대학에 간 학생들은 고작해야 몸가짐을 가다듬고 우아한 품행을 유지하는 법 따위 배울 뿐이다.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쏟아 부었으나 자만심과 허영심만 강해진 이들은 전보다 더한 멍청이가 되어 사회에 나온다.”

대학에 꼭 가야하나?는 질문은 300년이 된 질문이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같은 질문에 대해 답을 해야 한다. 온라인 수업이 대세가 된다면 굳이 대학에 가야하나? 교육의 목표는 인간의 자유와 성숙이지 특정 업무를 수행할 개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후자는 오히려 노예를 만들어 내는 것에 가깝다.

대학 교육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데서 멈추면 안된다. 지식의 유산을 통해 학생들의 지성을 일깨울 수 있어야 한다. 열린 자세를 가진 젊은이들의 가슴에 영감을 심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학생들은 창조성을 키우고 교육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대학의 배신>을 살펴보면서 크게 느낀 점이 있다. 대학 ‘무용론’은 오래된 논쟁이다. 300년 전 흑사병 이후에도 대학 교육은 변화를 이어가며 사회에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자본가의 비즈니스 도구로 쓰일 ‘인적 자본’이 되고 싶어 대학을 다니는 사람은 없다. 자기 자녀가 남의 목적에 활용될 뿐인 자원이 되기를 바라는 부모가 있을까? 졸업 후 20년 뒤에는 세상에서 어떤 기술이 중요할지 아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대학이 직업교육의 장이 되면 안된다. 오히려 주요한 것은 ‘배우는 습관’을 가르치는 것이다.

대학에서 교육자로서 크게 느낀 경험이 하나 있다. 10여년전 저소득층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잠재력 개발 과정을 가르친 적이 있다. 주입식 교육을 받던 학생들이 여름방학 동안 대학에 와서 한 달간 숙식하며 대학생처럼 강의를 듣고 토론식 교육을 했다. 어려운 공부가 재미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쳤다. 한 학생이 수료식 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적이 있다. ‘저는 지금까지 공부는 성공하고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해야 하는 임무라고 생각했어요. 어렵고 힘들게 느낀적이 많았어요. 그런데, 대학에 와서 공부를 하며 느꼈어요. 공부는 행복해 지기 위해 하는 것이다.” 평범한 고등학생의 얘기에서 대학의 목적에 대해 크게 깨달은 적이 있다.

제목

대학의 배신

저자

마이클 로스

출판

지식프레임

 청구기호

LC1011 .R75 2016

 

왜 우리는 술을 마시고 알코올에 탐닉하는가? Why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으려면 인간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이해해야 한다.

인간은 술 냄새를 좋아하도록 진화했다. 향긋한 알코올냄새로부터 음식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야생의 과일들은 딱딱한 껍질로 쌓여 있다가 잘 익었을 때 비로서 섭취가 가능하다.

당도 높은 과육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미생물과 동물 사이에 경쟁이 핵심이다. 잘 익은 과일이 땅에 떨어지면 미생물들이 달라붙어 금방 썩어서 분해된다. 하지만 숙성된 과일을 동물들이 차지해서 먹고 나면 소화되지 않은 씨들이 동물의 위장을 지나 배설물과 함께 멀리 흩어지게 된다.

식물 입장에서는 잘 익은 과일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기 보다는 동물에게 먹히는게 널리 씨를 퍼트리는데 유리하다. 동물과 열매를 맺는 식물은 그렇게 오랫동안 공진화 했다. 꽃을 피우는 식물은 열매를 제공하고 동물들은 과육을 먹고 씨를 널리 퍼트리며 서로 돕는다.

동물들은 잘 익은 과일의 위치를 찾는 것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 효모가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미생물은 딱딱한 과일의 속살을 파고 들지 못 하지만, 효모는 당도 높은 과육을 서서히 발효시켜 향긋한 알코올을 만들어 낸다. 미생물의 성장은 알코올에 의해 방해받지만, 동물들은 널리 퍼지는 알코올 분자의 냄새를 맡고 잘 익은 과일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잘 익은 과일은 알코올 냄새를 풍김으로써 동물들에게 이제 먹을 만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알코올 냄새를 먼저 맡고 다른 동물보다 신속하게 도착할수록 영양가 있는 열매를 차지할 확률이 높아진다. 아직도 인간은 슈퍼마켓에서 잘 익은 과일을 찾을 때 코를 킁킁대며 냄새를 맞는다. 진화 과정의 흔적이다.

<술 취한 원숭이>는 왜 인간이 알코올을 탐닉하는가에 대한 진화 가설을 다룬 책이다. 잘 익은 열매는 일정한 농도의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다. 농익은 과일을 포식한 동물들은 포도주 같은 발효주를 몇 잔 걸친 인간과 비슷하게 행동한다. 진화과정 동안 알코올의 향기를 더 잘 냄새 맡고 알코올 분자를 포함한 당도 높은 음식을 섭취한 개체가 선택되었다는 것이다.

왜 사람은 술을 마시고 탐닉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다룬 책은 없었다. <술 취한 원숭이>의 작가 로버트 더들러는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진화 생물학자이다. 그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으로 일찍 사망했다.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고자 인간이 왜 알코올을 탐닉하는지 책을 썼다고 한다.

나는 술을 좋아한다. 향긋한 술 향기가 좋다. 목을 넘길 때의 짜릿함 도 좋다. 술 마시고 편안한 기분도 좋다. 집에 다양한 술을 항상 구비해 놓는다. 향긋한 스페이드 사이드 싱글몰트 위스키가 좋다. 달콤한 자메이카 럼도 좋다. 스파이시하면서 바닐라 향이 강한 버번도 좋다. 진한 쉐리향이 있는 스카치도 좋다. 안 맛있는 술이 없다. 집에 있는 술 캐비닛에 가득히 싱글몰트 위스키를 채워 놓고도 인터넷으로 새로운 위스키를 찾아 보는 나를 보며 와이프가 한마디 하는 듯 해서 뜨끔하다. 인간은 술 좋아하는 원숭이와 같다.

제목

술 취한 원숭이

저자

로버트 더들리

출판

궁리

 청구기호

GT2884 .D84 2019

 

‘어느 정도면 충분한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책이다. ‘이 정도면 충분해’라고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미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 ‘욕구’와 ‘필요’를 잘 구분한다면 우리는 이미 부자다.

생긴 대로 사는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기 위해, 필요하지 않는 지위와 명예를 위해 행복을 희생한다.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가진 시간을 더 잘 쓸 수 있다. 자신도 행복하고 가족도 행복할 수 있다.

‘성공’은 당신이 충분히 가졌는데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하게 한다. 그래서 스스로 만든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을 계속 반복하게 만든다. 충분함을 느끼려면 먼저 그 뜻을 알아야 한다. 충분함을 좇는다면 결코 잡을 수 없다. 충분함이란 너무나 빨리 지나가려한다. 완벽함, 충분함 같은 것들은 우리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으려 한다.

제프 시나버거의 를 읽다 보면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기 아닌가라는 느낌이 든다. 세상에 모든 진리가 그러하듯이. 이미 알고 있는데 왜 우리는 매 순간 행복감을 느끼지 못 할까? 책 속에 한 석공에 관한 우화가 있다.

인생에 불만이 많은 한 석공이 살았다. 어느 날, 그가 부자 상인 집 앞을 지나가면서, 그가 가진 집과 물건들에 욕심이 생겨 그는 그 상인처럼 되고 싶다고 소원을 빌었다. 놀랍게도 석공은 갑자기 상인이 되었으며, 부와 권력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또 다른 날 고관 대작이 가마를 타고 집 앞을 지나는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저 고관은 얼마나 힘이 센가! 나도 고관이 되고 싶다.’ 그랬더니 그는 고관이 되어 가마를 타고 다니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했지만, 뜨거운 태양아래 가마 속에 앉은 그는 아직 불만이 있었다.

‘저 태양은 얼마나 힘이 센가! 나도 태양이 되고 싶다.’ 그랬더니 그는 태양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흐뭇해 하고 있는데, 구름이 와서 그를 가로 막았다.

‘저 구름은 얼마나 힘이 센가! 나도 구름이 되고 싶다.’ 그는 이번에 구름이 되어 들판과 마을에 비를 퍼부었고,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했다. 그러나 바람이 와서 구름을 밀어내 버렸다.

‘저 바람은 얼마나 힘이 센가! 나도 바람이 되고 싶다.’ 그는 바람이 되어 나무를 뿌리째 뽑았다.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아무리 강한 바람에도 꿈쩍하지 않는 상대를 만났다. 크게 솟은 바위였다.

‘저 바위는 얼마나 힘이 센가! 나도 바위가 되고 싶다.’ 그는 바위가 되어 막강한 힘을 지니게 되었다.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데, 어디서 정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위인 나보다 더 센 게 있었던가?’ 내려다보니 저 멀리 아래 석공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구운몽과 비슷한 스토리다. 석공은 고관이 되고 태양이 되고 바람이 되고 싶어하며 늘 불행했다. 행복은 자신이 가진 시간을 어디에 쓰고 자신이 가진 것의 충분함을 아는 것이라고 한다.

제목

이너프

저자

제프 시나바거

출판

옐로브릭

 청구기호

BJ1533.G4 .S55 2015

 

자신의 노력으로 좋은 성과를 만들고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조직의 단결을 위해 노력하는게 중요할까 아니면 다른 조직과의 연대를 이루는게 중요할까? 왜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들은 오랫동안 함께하지 않을까?

<Friend of a friend>는 네트워크에서 약한 결합의 중요성에 대해 다룬 책이다. 약한 결합의 중요성을 다룬 책들은 많다. 알버트 바라바시의 네트워크 구조에 관한 책과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 에도 나온 이야기이다. 매일 지지고 볶고 함께 사는 가족들보다 스쳐가는 인연이 인생에 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캐치 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미국 특수전 부대는 육군의 레인저와 델타포스, 해군의 네이비 실을 포함한 다양한 조직이 있다. 그리고 정보 부서로 CIA, FBI, NSA등이 있다. 이들은 각자의 사일로 안에서 일하고 서로 협업과 정보 교류를 잘 하지 않았다. 서로의 조직 문화가 다르고 다른 코드로 대화를 한다. 그러나, 스탠리 매크리스털 장군은 Joint Special Operation Task Force를 만들어 이들 구조의 빈틈을 메꾸는 작업을 했다.

성격이 다른 부대를 모두 합치는 것은 낭비이다. 대신 이들 부대의 엘리트 구성원을 다른 부대에 보내 그들의 문화와 코드를 배우도록 했다. 이들이 바로 약한 연결 고리의 역할을 하면서 다른 클러스터들의 연합을 의미 있게 바꾸는 일을 했다. “사령부의 모든 멤버가 다른 모든 사람을 알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누군가 한 사람은 다른 모든 팀의 ‘누군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이것을 ‘팀들의 팀’이라고 부르자. 이런 과정을 통해 신뢰의 띠가 형성 되기 시작했고, 조직은 고정 된 덩어리가 아니라 관계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가 되었다.

또 다른 중요한 질문은 클러스터에 언제 참여하고, 언제 떠날 것인가? 성공하는 조직에 들어가길 열망하지만 오랫동안 팀원으로 같이 한다면 개인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성공하는 팀은 계속해서 성과를 이룰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최고의 팀들은 오랫동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함께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이와 달리 최고의 팀들은 그들이 임시로 모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많는 팀이 잠시 만나 일하고 해산하며, 일부 멤버들은 지속해서 다른 팀으로 이동한다. 임시로 구성된 팀은 느슨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이런 관계는 좋은 성과를 내는데 유용하다. 생각해 보면 내가 있는 조직에 평생을 몸 담는다는 생각을 가지면 그것이 dead end이다. 짧고 굵게 일하고 새로운 조직으로 떠나는 편이 성장과 좋은 성과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된다.

주말에 역사 철학 문학 소설 경제 수필 등을 읽으면서 언제 공부하고 연구하느냐고 물어 볼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의 전공이 아닌 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좋은 영감을 받은 경험이 많다. 잘 알고 있는 분야를 더 깊이 아는 것도 필요하지만 모르는 분야에서 새로운 것을 배워 자신의 분야에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내 연구 주제 중 하나가 바로 ‘당신의 친구의 친구는 당신의 친구인가?’에 대한 답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서 ‘친구=유전자’로 바꾸면 유전자들이 이루는 네트워크에서 유전자의 기능과 유전자 돌연변이가 어떻게 질병 표현형을 나타내는지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다. 친구관계가 무너지면 문제가 생기듯이 유전자들 간의 관계에 영향을 주는 돌연변이를 찾는 것이다.

사람들은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사람마다 다른 유전자 관계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그래서 유전자 네트워크의 구조를 이해하면 왜 어떤 사람이 질병에 쉽게 걸리거나 일찍 죽고, 바이러스의 침입에 더 심각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데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제목

친구의 친구

저자

데이비드 버커스

출판

한국경제신문

 청구기호

HD69.S8 .B8587 2019

 

<편집자의 일>이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 반가운 마음에 얼른 집어 왔다. 편집자들의 일상은 어떨까? 편집자는 작가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어 할까?

작가들이 자신의 얘기를 솔직하게 쓴 책을 찾아서 읽어보길 좋아한다. 창작에는 고통이 따른다. 그 고통을 이겨내고 좋은 글을 쓴 사람들의 경험을 담은 이야기를 읽어보면 배우는게 많다. 그런데, 편집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은 읽어보지 못했다. 이 책은 여섯 명의 현역 편집자들의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편집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예요. 원고에 독자가 좋아할 요소가 있는지 봅니다. 타인이 읽어 줬으면 하는 마음이 글에 담겨 있는지 봐야죠. 그런 글을 쓴 작가는 출간 이후에도 독자와 잘 소통하는 편이에요. ‘나만의 글이 아니라 ‘독자’와 함께 가는 글이라야 해요.’

편집자의 하루는 어떻죠? ‘일과 시간에는 실무가 바빠요. 신간 홍보 업무를 할 때가 많아요. 교정 등 편집에 몰입해야 하는데 낮에는 시간이 부족해요. 저자와 저녁에는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아서 온전히 원고를 읽는 시간은 밤시간 입니다.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된 시간을 갖는 것을 좋아해요. 밤에 원고를 읽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 저자와 가장 깊이 만나는 순간이지요. ‘이 작가는 왜 이렇게 썼을까?’ 짐작할 수 있는 순간이죠. 순수하게 텍스트의 재미도 있고, 독자에게 어떻게 읽힐지 짐작해보는 재미도 있어요.’

투고 원고를 검토할 때, 책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죠? ‘누가 읽을까’입니다. 애매한 말이긴 하지만, 완성도에 더해 특징이 무언가 한가지라도 있는 책,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닌 원고를 지향합니다. 그래서 누가 언제 어디서 읽을까, 그때와 곳이 잘 보이는 원고가 반갑습니다. 물론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읽히지 않는, 알아볼 수 없는 글은 출판을 포기 합니다. 그래서 ‘누구나 읽어야 한다’고 적은 원고를 볼 때는 안타깝습니다.’

어떤 작가에게 끌리나요? ‘좋은 작가란 당연히 매력적이고 좋을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글을 봤을 때 작가의 개성이 느껴지고 그만의 생각이 멋있어 반하게 되면 확 끌리게 되죠. 작가는 자신의 글로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또 편집자가 이런저런 의견을 냈을 때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인드의 사람이라면 금상첨화입니다. 글이 좀 부족해도 고치는 것에 거부 반응이 없고, 약속을 잘 지켜주는 성실한 필자라는 판단이 들 경우 출판까지 성공적을 이루어 집니다. 최악의 유형이라면 ‘너는 내가 시키는 것만 해’라는 식으로 편집자를 대하는 사람 입니다.’ 

<편집자의 일>을 읽으며 느낀 점이 많다. 비유를 해 보자면 내가 대학원을 다닐 때는 작가의 역할을 했고, 이제는 편집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학생 때는 논문 draft를 써서 교수님의 지도를 받았고, 지금은 다른 이의 논문을 review하거나 저널의 editor 역할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편집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좋은 작가로 성장하려면 편집자의 고충과 역할에 대해 공부하면 참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Transparent review process를 채택한 저널이 많이 생겼다. 완성된 원고가 출판이 되면, 출판 과정에서의 리뷰어와 에디터의 코멘트가 같이 출판된다. 논문 출판과정에서 저자와 편집자가 논리적이 싸움을 하기도 하고, 더 좋은 원고를 만들기 위해 조언을 하는 프로세스를 독자들이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논문의 출판 history를 살펴보는게 학생들에게 좋은 공부가 될 듯 하다.

제목

편집자의 일

저자

고미영 [외]

출판

북노마드

 청구기호

Z278 .편78 2020

 

<두 바퀴로 그리는 맥주 일기>는 용기 있고 멋진 사람이 쓴 맥주 여행기이다.
Good Beer Brings People Together!

어느 날 세상에 있는 맛있는 맥주를 모두 맛 보겠다는 생각으로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 저자는 유럽 2500km 미국 2600km를 자전거로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맛있는 맥주를 맛보고 돌아왔다. 자신의 힘으로 두 바퀴를 굴려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다양한 맥주를 경험하고 돌아와 지금은 부산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과감하게 떠날 수 있고, 힘든 길을 마다 않고 달려 전 세계에 흩어진 맥주 브루어리를 찾아가 그 곳에 담긴 스토리를 들었다니, 책을 읽으면서 계속 감탄하게 된다. 와! 용기 있다. 정말 멋지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 힘들지 않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가 되면서도 ‘나는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술에 관한 책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집어 왔는데, 책을 읽으며 용기를 얻게 되었다. 오늘 하루가 힘이 들었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책 읽기를 권한다. 맥주 한잔을 마시며 책을 같이 읽으면 쌉쌀하고 달콤한 맥주의 향기가 느껴질 듯 하다.

책이 쓰여진 2007년에는 우리 나라의 맥주는 다양하지 못했다. 지금은 스몰 크래프트 비어가 많이 발전해서 다행이다. 문베어 브루잉의 ‘백두산 IPA’, 세븐 브로이의 ‘강서 에일’, 핸드앤몰트의 ‘모카 스타우트’가 내가 요즘 자주 마시는 국산 브루어리의 맥주이다.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커지면서 우리나라 맥주의 다양성이 늘고 있어 참 다행이다.

맥주는 무슨 맛으로 먹느냐는 물음에 저자의 감칠맛 나는 표현이 좋다. 에일에서 느껴지는 카라멜, 구은 빵의 향기와 시원함. 스타우트의 과일향과 커피와 초콜릿 맛, 그리고 달콤하지만 잔잔하게 남는 씁슬함, 벨지안 에일의 감귤, 오렌지의 달콤한 향기와 허브맛의 미세한 단맛과 청량감, IPA맥주의 새콤한 레몬과 감귤, 카라멜 향이 먼저 입안을 채우고 약간의 씁쓸한 끝 맛으로 입안을 상쾌하게 씼어 주는 맛!

Cheers, Prost, a votre sante, Salute, 건배!

제목

두 바퀴로 그리는 맥주 일기

저자

최승하

출판

영진닷컴

 청구기호

G465 .최57 2018

 

누군가 내게 물었다. 왜? 책을 읽으세요. 재미있는 글을 찾아 읽으면 지친 나를 위로하고 감동을 주거든요. 내일 또 힘차게 일어나서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죠.

‘재미, 위로, 감동’ 정채찬 작가의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이 바로 그런 책이 예요. 좋은 시를 소개하고 글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밥벌이, 돌봄, 건강, 배움, 사랑, 관계, 소유에 관한 좋은 시들을 찾아서 들려줘요. 우리가 인생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다른 이름 들이죠.

어떤 시에 감동 받기도 하고, 어떤 시는 어렵지만 작가의 얘기를 들으면 이해가 되면서 흐뭇한 미소가 떠올라요. 노래 가사도 시가 될 수 있데요.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는 노래로는 들었지만, 가사를 시처럼 소리 내어 읽어 보니 정말 감동이에요.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넌 항상 어린 아이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너에게 해 줄 말이 없지만,
네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에
내 가슴속을 뒤져 할 말을 찾지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성실해라, 나도 그렇지 못했잖아,
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너의 삶을 살아라!

작가가 시를 소개하는 책을 펴내며 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줘요. “시는 유리창과도 같습니다. 닫힌 문으로는 볼 수 없던 바깥의 풍경들을 보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리창은 소통의 통로이자 단절의 벽이기도 합니다.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서 바람의 숨결을 직접 느끼는 것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라는 말씀입니다.”

다양한 작가들의 책을 읽으면서 제가 느끼고 있던 생각을 글로 잘 정리 해 주셨어요. 책을 통해서 우리는 세상을 보고 이해하죠. 하지만, 거기서 멈추면 안되요. 경험을 직접 해 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해요.

제목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저자

정재찬

출판

인플루엔셜

 청구기호

PL980.3.정73 .우298 2020

 

<우리는 왜 먹고, 사랑하고, 가족을 이루는가?> 너무나 당연한 인간의 행동에 왜? 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다양한 사회 문제와 인간 본성에 대해 깊이 살펴보고자 한 철학적인 과학책이다.

‘단 음식은 몸에 좋지 않다.’ ‘산모는 철분제를 먹어야 한다.’ ‘기생충을 제거하면 건강 상태가 좋아진다.’ 모두 맞는 말이라고 선택했다면 지금까지 잘 못 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인간은 단 음식에서 칼로리를 찾아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진화했다. 단 음식의 섭취는 몸에 좋다. 다만 섭취량의 차이가 질병과 노화를 일으킨다.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철분제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은 알게 되었다.

산모가 일부러 혈액 성분의 철분 수치를 떨어뜨리는 이유는 몸 속에 아기라는 ‘외부 물질’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체의 침입에 즉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던 면역계는 태아를 공격하지 않기 위해 경계를 늦춘다. 이 과정에서 면역계는 혈액내의 철분 수치를 낮추게 된다. 하지만 일부러 철분을 투여하게 되면 젖먹이들의 패혈증과 뇌수막염, 장염 비율이 높아진다. 임산부들에게 철분제를 권유하던 관행이 달라질 듯 하다.

너무나 깨끗해서 생긴병, 알레르기에 대해 알려져 있다. 기생충은 우리 몸에 들어와 영양분을 섭취하기위해 호스트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에 기생충은 면역계를 자극해서 다른 병원체의 침입을 막는다. 기생충을 제거하면 다양한 염증 질환에 시달리게 되기도 하고, 기생충을 일부러 투여해서 면역계를 자극하는 치료법도 있다. 앞으로 기생충을 이용한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 될 것이다.

인간은 자웅동체가 아니다. 인간은 왜 암수한몸이 아닐까? 성별의 차이는 번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각각의 다른 생식세포를 가진 개체는 유전적 다양성을 만들어 내고 더 다양하고 환경 적응력이 있는 자손을 생산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성애는 왜 생기는가? 동성애자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논쟁은 오래된 이슈이다.

꼭 생물학적 결정요인을 왜 밝혀야 할까? 인간의 사생활의 영역에서 소수자에 대한 억압을 없애려면 생물학적 결정요인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다. 동성애를 개인의 선택으로 여기게 되면 동성애자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게 된다. 또한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면, 동성애자에게 죄책감을 떠안기게 될 수도 있다. 지금도 여전히 사회 전반에 특별한 이유 없이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동성애 성향의 생물학적 결정요인이 밝혀지면 동성애 혐오증의 원인도 더 잘 알 수 있게 되고, 부질없는 증오심을 없애는데도 도움이 될 듯 하다.

생물의 행동, 인간의 행동에 대한 사상적, 정치적 이슈가 근거 없이 여론에 좌지 우지 되는 것보다는 근거가 확실한 지식에 기반을 두고 발전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우리는 왜 먹고, 사랑하고, 가족을 이루는가?> 너무나 당연한 질문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 각층에 내재해 있는 빈부격차와 편견의 문제, 정치 구조의 문제, 인구 감소와 사회 개혁 등 무거운 질문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답을 해보려 시도를 한 책이다. 과학 전공자도 인문학 전공자도 읽어 보면 좋은 책이다.

제목

우리는 왜 먹고, 사랑하고, 가족을 이루는가?

저자

미셸 레이몽

출판

계단

 청구기호

GN281.4 .R271 2013

 

이렇게 좋은 책을 이제라도 읽게 되어 참 다행이다.
<부분과 전체>는 양자역학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전기이다. 젊은 하이젠베르크가 이론물리학을 공부하는 학생 때부터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대학의 물리학 교수가 되어 20세기 최고의 천재들을 만나 나눈 대화를 책으로 엮어 냈다.

최고의 지성들이 나눈 물리, 화학, 생물, 역사, 종교, 철학에 대한 대화를 묶은 책이다. 보어, 아인슈타인, 플랑크, 슈뢰딩거, 파울리, 러더퍼드, 디락, 페르미 등이 스토리 속의 등장인물이다. 하이젠베르크의 기억에 의존하고 있지만, 미국과 독일간의 원자폭탄 개발에 관련된 비사가 무척 흥미롭다. 허구보다 현실이 더 드라마틱하다는 얘기가 사실인 듯 하다.

<부분과 전체>는 세상을 바라보는 하이젠베르크의 시각이다. 그는 물리학자로서 우주라는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각 부분이 되는 요소들을 관통하는 이론을 만들려 노력했다. 우연적 질서, 기계적 질서, 물리적 질서, 화학적 질서, 생체적 질서, 정신적, 윤리적, 종교적 질서 등이 있다. 예를 들어 부분과 전체의 관계가 확실한 것은 생명이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부분들은 생명이라는 시스템의 전체를 이룬다. 이렇게 부분과 전체는 연결된다. 이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들이 과학의 바탕을 이룬다.

전쟁 상황에서의 과학자로서의 책임과 윤리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인류를 파괴할 만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기여해야 하나? 나를 키워주고 교육시킨 조국이 전쟁에 패배할 위기에 처해 있다면 최선의 노력으로 국가에 봉사해야 할까? 답을 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독일계 유태인 이민자인 미국인 과학자 오펜하이머와 독일인 과학자 하이젠베르크의 고뇌와 신념, 그리고 원자폭탄 개발에 대한 그들의 선택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하이젠베르크는 원자폭탄의 성공 가능성을 알고 있었지만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고, 오펜하이머는 과학자로서 그리고 연구그룹의 리더로서의 그의 천재성을 발휘하여 맨해튼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오펜하이머 조차 핵폭탄의 위력을 목격하고 나서 핵개발 계획에 참여한 자신을 후회하고 저주했다. ‘나는 죽음의 신이요, 세상의 파괴자다. 이제 세상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과학의 발달은 인간 세상을 편하고 안전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극단적인 불행을 초래할 수 있는 힘을 인간에게 주게 되었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 것일까?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 혹은 기술 개발을 뒷받침한 정치인? 과학의 발전이 인간 삶의 토대를 이룬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과학이 갖고 있는 지식의 권력과 파괴력은 어떻게 통제돼야 할까?

책은 딱 맞는 답을 주지 않지만, 과학자로서의 책무를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렇게 좋은 책을 이제라도 읽게 되어 참 다행이다.

제목

부분과 전체

저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출판

서커스

 청구기호

QC173 .H45 2016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은 무엇일까? 공상과 상상, 쉼과 사색, 기다림 등 바쁜 현대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에 대한 연구 보고서이다.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며 나는 무슨 생각을 하지? 연착된 기차나 비행기를 기다리는 순간에는? 짜증, 불쾌감, 초조함을 느끼기 보다는 그 시간을 어떻게 쓸모 있게 만들지 고민하는게 좋을까? 아니면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주변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낼까?

현대 직장인에게는 멀티태스킹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이다. 바쁘게 직장에서 일상을 보내고 집에 들어 오면 무엇인가를 찾아 하려고 한다. 청소, 빨래, 화초 키우기, 온라인 쇼핑, 뭔가를 찾아 수리하는 등등.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해치우는 것도 평범한 생활의 일부이다. 시간 낭비와 비효율을 동의어로 여기는 이들에겐 자유시간이나 할 일 없는 순간은 견디기 힘든 순간이다. 활동적인 인생이 윤리적으로 우월하다고, 바쁘게 사는 것이 필수 덕목이라고 다들 믿고 살아 가고 있다.

우리는 헛되이 기다리는 시간에도 최소한 뭔가를 하려고 한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음악 감상, 텔레비전 시청, 휴대전화 만지기, 게임, 인터넷 서핑 등에 몰두한다. 멍하니 뭔가를 쳐다보거나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하는 행동을 하려고 한다. 기다림을 견디기 힘드니 다른 행위로 본심을 가리는 것이다.

‘그냥 있기’ 기술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운송업체 페덱스의 광고문구이다. ‘기다림이란 불만스럽고 기운 빠지는 일, 괴롭고 약 오르고 짜증나는 일, 시간만 잡아먹고 업청나게 소모적인 일이다.’ 우리는 시간을 그냥 보내는 것은 죄악이고 빠르게 일 처리를 하는게 미덕이라고 은연중에 교육 받아왔다. 이제는 가만히 기다려야 하거나 혼자의 시간을 잘 보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일이 되었다.

하지만 어떤 기다림은 축복의 시간이며 좋은 기다림이다. 예비 부모에게 임신은 경이로운 경험이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다림이다. 아이가 태어날 날을 기다리며 조금 긴장은 되지만, 사랑스런 아이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매일이 설레는 기쁨이 된다. 우연히 아침 일찍 일어나 식탁에서 커피를 마시며 점점 밝아 오는 실내를 바라보는 즐거움도 있다. 발바닥에 닫는 나무 마루의 느낌, 새벽 안개의 시원함이 좋다. 일상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멀티테스킹에는 명과 암이 있다.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아 읽고, 전화 통화를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 하는 상상과 공상이 필요하다. 상상과 공상은 삶의 일부다.

머리 속에 다양한 생각이 엉켜서 마구 돌아다니다가 목적지 없이 걸어 다닐 때 비로서 생각의 실마리가 풀리는 경험을 하는 적이 많다. 욕실에 들어가 샤워기를 켜 놓고 물을 맞으며 서 있을 때 더 좋은 아이디어를 떠 올리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상상 속에서 다른 세상을 드나들며 멋진 경험을 하고 현실로 돌아와 이를 글로 적으려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겉으로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은 순간에, 생각 속에는 많은 일이 벌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의 창조적 잠재력을 찾고 행복한 삶을 이루는 방법에 대해 살펴 본 좋은 책이다.

제목

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

저자

빌리 엔, 오르바르 뢰프그렌

출판

지식너머

 청구기호

GV14 .E35 2013

 

존엄한 죽음에 대해 다룬 책은 많이 나와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게 하는 행위에 대해서 다루었다. 하지만, 존엄한 삶에 대해 다룬 책은 보지 못했다. <존엄하게 산다는 것>은 이런 질문으로 시작한다. ‘당신의 죽음이 존엄하길 원한다면 먼저 삶이 존엄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존엄하게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바쁜 일상을 살며 자주 하는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을 하는 때가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어떤 생각을 하고, 말하고, 행동할 것인가? 우리를 성장하게 해줄 새로운 삶의 방향을 선택 할 수 있는가?

현대를 사는 우리는 결코 경쟁을 피해갈 수 없다. 한정된 자원을 서로 손에 더 넣으려는 경쟁 속에 매몰되다 보면, 타인의 희생을 전제로 해야만 자신의 성공을 확신하게 된다. 다른 사람을 목표 달성의 방해물로 여기게 되면, 타인의 존엄뿐 아니라, 자신의 존엄성도 해치게 된다.

더 많은 소비 더 좋은 소비가 자신의 행복과 성장의 척도가 되면 안된다. 특정 상표를 가져야 하고, 특정 물건이나 서비스를 소비해야 자신의 정체성과 욕구를 충족한다면, 자기 자신이 광고에 속았으며 존중받지 못하고 수단으로 이용당하게 된다. ‘소비자’라는 이름으로 각종 광고에 휘둘리고, 특정 상품을 사려는 대열에 합류하고, 상품을 소유하기 위한 경쟁에 자신의 인생을 소비한다.

자신의 존엄성을 인식한 사람은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에서 성공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안으며, 광고 전문가들이 들이미는 그 어떤 대리 만족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를 물건과 지위의 소유로 확인하려는 욕구에 시달리지 도 않는다. 타인을 자신의 의도와 기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마음도, 그를 통해 이득을 얻는 일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존엄을 인식하고 있기에 타인의 존엄을 해치지 않는다. 이는 자신의 존엄을 해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내용의 책이지만, 읽는 동안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특히 내가 20대 중 후반에 고민했던 문제와 관련된 부분을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더 젊었을 때 독서를 시작할 걸, 그랬다면 훨씬 더 편안한 마음으로 내 삶을 이끌 수 있었을 텐데.’

비범한 능력을 갖고 있고 꾸준히 노력하는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이들이 자신은 의외로‘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하는 걸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이언스를 꾸준히 할 수 있는 ‘평범한 삶’을 갖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하지만, ‘경쟁’이라는 요소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서서히 알게 된다. 책의 저자 게랄드 휘터는 존엄한 삶을 위해서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것)을 갖기 위해서 비범한 능력을 갖추는 것 외에도 어떤 것들은 포기할 수 있는지도 깊이 생각해보라고 한다.

제목

존엄하게 산다는 것

저자

게랄트 휘터

출판

인플루엔셜

 청구기호

BD435 .H8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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