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교수와 함께 떠나는 3월의 책여행

2020-03-10 11:24
postech

 

식물을 미치도록 사랑한 사람들은 자연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사랑한 사람들의 기록을 쓴 책이다. 자신의 몸에 직접 실험을 통해 꽃가루 알레르기를 최초로 발견한 찰스 블랙클리는 좀 이상한 사람이다. 미치도록 가렵고 퉁퉁 부어 올랐을 텐데, 이를 즐기며 새로운 식물 알러젠을 찾아내려고 끊임없이 실험을 했다니. 놀랍다. 집요한 관찰을 바탕으로 식물에 지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페데리코 델피노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동물, 식물, 미생물, 환경 사이에는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제는 식물도 지능적으로 그리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성장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다. 식물 지능과 뇌(?)에 대해서 처음으로 발견할 당시의 얘기도 흥미롭다. 나는 과학을 업으로 삼고 있고 매일 논문을 일터에서 읽기 때문에 집에 와서는 인문이나 역사, 소설 등을 읽으려고 한다. 그런데, 책 제목이 ‘미치도록 사랑한 남자들’이라서 집에 와서 읽게 되었다. 아무리 좋아도 이렇게 까지 할 수 있었을까? 참 이상한 남자들 애기인데 재미있다.

세계 곳곳에 아직도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니콜라이 바빌로프 같은 식물 육종학자들의 노력 덕에 세계 종자은행의 자원을 확보하고, 다양한 작물들의 씨앗을 이용해서 지구촌의 식량 위기를 해결하고 있다. 바빌로프는 식량의 증산을 위해서는 작물의 유전적 다양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또한 척박한 땅과 추훈 기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하려 노력했다. 그는 파미르 고원에서 에티오피아, 아마존 열대 우림, 아메리카 대륙까지 지구촌 구석구석을 탐사하며 종자를 모으고 작물을 연구했다. 그의 다양성 중심지 이론을 바탕으로 기후와 문화에 맞는 농업생물다양성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인류를 굶주림의 위기에서 구출하기 위한 일을 하던 바빌로프 조차 2차세계 대전 중에 굶어 죽었다.

바빌로프는 1926년 세계 최초 종자 은행을 레닌그라드에 열었다. 하지만, 2차 세계 대전이 한창 중에 독일군의 레닌그라드 포위 전투에 휩쓸려 세계에서 가장 큰 종자은행을 지키던 과학자들은 하나 둘씩 아사하게 된다. 덩굴줄기 식물 연구 학자 올가 보스크레센스카야, 땅콩 연구 학자 알렉산드르 스추킨, 벼 품종 담당 드미트리 이바노프 등 많은 과학자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곡식을 옆에 쌓아 놓고도 굶어 죽은 것이다. 당시 바빌로프의 연구소에는 약 20만개의 다양한 씨앗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먹을 수 있었지만, 연구소의 과학자 누구도 씨앗을 건드리지 않았다. 자신들이 보관하던 귀한 씨앗을 먹느니 차라리 굶어 죽는 편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나 보다. 그들이 힘겹게 지킨 식물의 씨앗이 지구상 곳곳의 기아를 구하는데 쓰였고, 지금도 전 세계 생물 다양성의 보물창고로 지켜지고 있다.

제목

물을 미치도록 사랑한 남자들

저자

스테파노 만쿠소

출판

푸른지식

 청구기호

교보문고 전자책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나는 뻔뻔하게 살기로 했다. 요즘 이런 책이 많다. 왜일까? 마음에 병이 있는 사람이 많아졌을까? 심리학자들이 착하게만 사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 타인의 눈을 너무 의식하면 자신이 너무 힘들고, 마음이 병에 들기 쉽기 때문에 좀 둔감하고 뻔뻔해 져야 한다고. 

미국에 갔을 때 어떤 한국말은 번역하게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듣던 ‘착하지’, ‘아이 착해’ 라는 말이다. 영어로 번역하면 Good boy! 정도 되는 말이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자신이 기르는 개가 자신의 명령을 잘 따를 때 이런 말을 한다.

‘아이 착해’ 보다는 ‘아이 좋아!’라는 말이 좋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면 저절로 나오는 감탄사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좋아하는 사람하고 같이 살면 얼마나 좋을까? 주변에서 이런 일을 해라, 이런 직업을 가져라, 이런 사람을 사귀어라, 특히, 결혼은 신중하게 부모의 말을 듣고 이런 조건을 맞춰야 한다는 말을 하면 다 들어줘야 하는가?

몇 일전 Kim’s Convenience라는 캐나다 드라마를 보았다. 그곳에 사는 한국인 엄마들은 대부분 자신의 자녀가 좋은 직업을 가지고, 교회에 다니는 한국인과 사귀기를 원한다고 한다. 이것을 영어로 triple threat이라고 한다. 슛, 패스, 러닝 모두 좋은 선수를 뜻 한다. 예를 들어 좋은 직업을 가진 한국인이나, 교회에 다니는 한국인, 혹은 좋은 직업을 가진 크리스천 등은 가끔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세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사람을 찾지 못 해서 한인 아이들이 타지에서 독신으로 늙어간다는 코미디이다.

이런 책을 읽어 보면 좋은 조언이 많다. 내가 20대에 들었다면 참 좋았을 조언들이다.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마음에 맞는 상대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불편한 상태로 지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결혼을 결심할 때, 스스로 이렇게 물어보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이 사람과 과연 대화하며 지낼 수 있을까?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인생은 없다. 선택을 내려야 한다. 어떤 것을 가질까 보다 어떤 것은 없이 지내도 행복할까 가 중요하다고 한다. 인간 심리 이해에 관한 책들을 읽다 보면 독일의 철학자나 동양의 선지자, 그리고 결혼과 이혼을 3번 정도 반복하고 깨달음을 얻은 미국 연예인이 하는 얘기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제목

나는 뻔뻔하게 살기로 했다

저자

데이비드 시버리

출판

홍익출판사

 청구기호

BF637.S8 .S39 2017

 

그 많던 버스안내양들은 어디로 갔을까? 우리 나라가 가난하게 살던 때의 자화상을 그린 책이다. 식모, 버스안내양, 여공에 대한 기록을 작가 정찬일은 그 시대의 기록물들을 들추고 이제는 나이가 든 그 때의 순이들을 찾아 인터뷰를 해가며 책을 썼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릴 적 내게 밥을 해주고 학교 길 버스 차장을 하던 고달픈 우리 누이들의 얘기를 들으며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육 칠십 년대 우리 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중산층도 안되어 보이는 서울의 가정집 마다 항상 식모가 있었다. 인건비가 너무나 적어서 누구나 식모를 고용할 수 있는 시절이 있었다. 그들을 이제는 가사도우미라 부른다. 가난한 시골집에 입 하나라도 줄이려고 너도 나도 서울 친척집에 얹혀살며 집 안일을 돕던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어린 처자들이었다. 영숙, 정숙, 영희, 경숙, 순자, 정희, 순옥, 영순, 선심 등등. 그때는 순하게 크라고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정찬일 작가가 자세히 기록한 식모, 버스안내양, 여공 들의 고단한 삶을 읽으면서 불편한 마음이 오랫동안 들었다. 우리나라가 가난하게 살던 때, 그렇게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이 이제는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 했을 텐데,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얻기 어려웠을 텐데.

우리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이 책을 많은 젊은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한국 현대사에 분명히 존재했던 그들인데, 80년대 이 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이들을 본적이 없으니, 그 때의 우리 나라가 얼마나 가난했고 어린 소녀들마저 그렇게 고단한 삶을 살았는지 잘 모를 듯 하다. 이제 우리 나라도 어느 정도 잘 살게 되어 우리의 누이들이 힘든 삶을 살지 않아도 된 듯 하다. 하지만, 그들의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시 채우고 있다. 우리가 그들에게 어떤 태도와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일깨워 주는 좋은 책이다.

제목

삼순이

저자

정찬일

출판

책과함께

 청구기호

HD6198 .정82 2019

 

현대 스페인을 보면 많은 의문이 든다. 그렇게 많은 식민지를 건설하고, 남미의 많은 국가들이 아직도 스페인어를 쓰고 있는데, 정작 스페인은 왜? 유럽에서 손꼽히는 못 사는 국가가 됐을까? 그 많던 식민지를 어떻게 다 잃게 되었을까? EU 국가들 중 스페인은 왜 늘 경제 열등생일까? 스페인 내전의 역사를 읽고 많은 의문이 풀렸다.

스페인 내전의 역사를 읽기 전까지 나는 스페인에 대해 잘 몰랐다. 단지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정도를 통해 스페인의 국가주의자들과 공화파 정부를 돕는 국제 여단이 내전을 했구나 정도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심지어 현대 스페인인들조차 자신들의 20세기 역사가 너무나 비참해 잘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프랑코가 내전을 벌인 1936년부터 정권을 잡고 종신 총리로 집권하며 사망한 1975년까지를 기억하고 싶지 않은 망각의 시절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왕당파와 공화파, 국가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 자본주의자와 공산주의자, 파시스트와 자유주의자, 카톨릭 종파와 무신론자 간의 전투, 모든 주의ism와 모든 사상을 가진 사람들 간의 전쟁이 스페인 내전을 통해 벌어졌다. 프랑코는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 50만 이상의 비전투원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한다. 이는 히틀러나 스탈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규모를 뛰어 넘는다. 또한 외세를 끌어들여 국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혹자는 프랑코가 이끈 우파 공화정권이 스페인을 2차세계대전을 비껴가게 하고 전후 경제 성장에 공이 있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박정희 대통령 정권 동안 ‘경제 성장의 공은 있지 않는가?’라고 생각하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스페인 내전 기간과 프랑코의 철권 통치 기간 동안 스페인의 성장잠재력을 깎아 먹고 역사를 200년 이상 뒤로 돌려놨다고 많은 사람들이 평가한다. 정부의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반대의견을 표시한 사람들은 박해 받을 뿐 아니라 쥐도 새도 모르게 처형되었다.

우리 나라도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스페인처럼 군사독재 아래 민주주의가 후퇴 되고 국가의 성장이 정체 되었다. 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싸움없이 자유롭게 다른 생각을 말 할 수 있어야 국가가 발전한다고 믿는다. 다행히 군사정권이 사라지고 90년 2000년 대를 거쳐 이제야 경제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화가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생물계의 진화와 사회 구성이 바로 다양성을 통해 건강함robustness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동질성을 가진 개체군(집단)은 된서리 한방에 멸종한다. 그에 반해 개화 시기가 다른 개체가 모인 식물 집단은 기후 변화에 상관없이 자손을 만들어 낸다.

자유와 민주, 강한 정부와 작은 정부, 자유 경제와 평등 복지 등 서로 다른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설득하고 설득 당하고, 많은 이들이 그 과정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투표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가 좀 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포용하는 건강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 근거 없는 공포가 가장 나쁘다. 그리고 무관심은 치명적이다. 어리석은 자는 자기 경험에서 배우고, 지혜로운 자는 역사에서 배운다고 한다. 우리와 상관 없을 듯 한 스페인 내전의 역사를 통해 배우는게 많다.

제목

스페인 내전 :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

저자

애덤 호크실드

출판

갈라파고스

 청구기호

DP269.47.A46 .H63 2017

 

알고 마시면 맛이 좀 다를까? 책을 읽고 나니 모르고 마시던 커피 맛과는 좀 다른 듯 하다. 테라로사(Terra rossa)는 포루투갈어로 붉은rossa 땅terra이라는 뜻이다. 석회암의 풍화 작용으로 생성되는 붉은 색의 토양은 산화철과 산화알루미늄 등이 점토 안에 남게 되어 특유의 붉은 색을 낸다. 브라질의 붉은 땅 테라로사는 배수성이 좋고 커피나무가 잘 자란다. 맛 있는 커피의 이름으로 테라로사는 적당하다.

아라비카 커피는 아라비아의 수피교 수도승들이 밤새워 기도하기 위해 커피를 마신 시기로 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 케냐 AA,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등이 대표적인 아라비카 종 커피들이다. 로부스타robusta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커피이다. 이름 robust(튼튼함)에서 짐작되듯이 기후에 상관없이 튼튼하게 잘 자라는 커피나무의 열매이다. 유럽의 제국주의 열강들은 커피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식민지를 개척해서 커피 플랜테이션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커피나무를 오랜 항해 기간 동안 살리지 못 해서 실패했다. 뱃사람들의 마실 물도 부족한 항해에서 살아남은 튼튼한 커피 묘목의 열매를 로부스타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자판기용으로 사용되는 싸구려 커피의 대명사라고 알고 있었는데, 병충해에 강하고, 카페인 함량이 높으며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많은 커피가 로부스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의 블렌딩을 하면 깊고 풍부한 맛과 바디감을 가진 커피를 만들 수 있다.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는 단순히 음료로서 커피의 역사를 넘어서서 인류 문화 발전에 커피가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다룬 책이다. 식민지에서 재배가 가능한 커피가 대량 생산이 되자, 노동자들도 싼 값에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었고, 결국 커피는 노동력 착취의 수단으로 쓰이게 됐다. 커피가 생산되지 않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커피 소비국이라는게 아이러니하다. 커피의 역사를 통해서 자본과 착취의 역사, 식민지 쟁탈을 위한 세계 전쟁사, 빈곤과 부의 축척의 유래, 광고와 마케팅을 통한 세계사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것 보다 이미지를 파는 광고 회사라는 것도. 책을 읽고 커피가 세계의 불평등과 식민지배, 그리고 빈곤의 원인에 끼친 영향을 알게 되니 커피 맛이 더 씁쓸하다.

제목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

저자

마크 펜더그라스트

출판

을유문화사

 청구기호

TX415 .P46 2013

 

문유석 판사의 괘락독서를 읽다 보니 문득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플레이어 원이 생각났다. 백 투더 퓨쳐, 아키라, 스타워즈 등 80년대 이후 유행했던 많은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들이 등장한다. 영화를 보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누가 당신의 인생 책, 영화, 만화, 게임 등을 고르라고 하면 한 두 가지를 고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일단 좋았던 것들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들다. 하지만, 그 영화를 누구랑 소개팅을 하고서 봤었는지, 그 책을 읽고 독서 토론회 때 누구랑 크게 논쟁을 했는지 기억을 해내면 신기하게도 주인공의 대사와 줄거리가 기억이 난다. 책이나 영화의 내용보다는 사람과의 기억이 더 오래 남나 보다.

고백하자면 중고등학교 때 일주일에 만화책을 50권씩 빌려다 놓고 봤다. 특히 시험기간에 보는 만화책이 정말 재미 있었다. 볼만한 만화를 다 보고 나니 더 읽을 게 없어서 책을 더 많이 읽은 게 다행이다. 요즘도 주말에 읽을 책을 도서관에서 미리 빌려다 쌓아 놔 야지 그렇지 않으면 불안하다. 그 때 얘기를 부모님께 다 말 못해서 죄송하지만, 그렇게 많은 만화, 영화, 게임을 탐닉 하고도 별 탈 없이 컸으니, 요즘 아이들이 이런 것들에 빠져 있어도 부모님들은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얘기 드리고 싶다.

명작이든 고전이든 만화든 영화든 대체 가능한 스토리의 매개체에 불과하니, 부모들의 조바심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즐기면서 본다면, 다 성장에 좋은 자극이 될 듯 하다. 문유석 판사는 책에서 좋고 이쁜 것만 보고 살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굳이 읽기 싫고 어려운 책을 이름값 때문에 힘겹게 읽으면서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다고 얘기한다. 100퍼센트 공감이 된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아서 살펴보니 이분이 나랑 동갑인데다가 살던 동네마저 겹친다. 어쩌면 오락실이나 만화가게에서 스쳐 지나간 인연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소개팅을 나가는 젊은이라면 이 책을 꼭 읽고 정신 무장을 새롭게 하고 나가면 좋겠다. 아무래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다양한 화제가 끊이지 않도록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 텐데, 취향 저격의 재치 있는 말투로 이런 저런 책이나 영화 등의 흥미로운 화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과, 뭔가 거창하고 훌륭한 얘기지만 백만 번은 이미 들은 듯 한 얘기를 진부하고 뻔한 말투로 반복하는 사람 중에 누구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제목

쾌락독서

저자

문유석

출판

문학동네

 청구기호

K184.7.K6 .문66 2018

 

넷플릭스는 중독이라는 단어 대신 몰아보기binge-watching라는 단어를 쓴다. 넷플릭스의 대부분 에피소드는 10편이상의 한 시즌을 통째로 내 놓기 때문에, 시리즈를 한번 보기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기 쉽지 않다. 밤 10시쯤 시청을 시작해서 새벽 3시쯤 되었는데 “아~~ 에피소드 딱 하나만 더 보고 자야지”하는 자신을 발견한 사람이 많을 듯 하다. 나 스스로도 경험했다.

정신병리학자 리차드 로젠탈은 “당신이 <브레이킹 배드> 에피소드를 ‘딱 하나만 더’시청하기로 결정하는 것이나, 위스키 ‘딱 한 잔 더’ 목구멍으로 넘기는 것은 뇌의 특정 부위에서 동일한 부분이 활성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뇌 속의 도파민 레벨은 시리즈의 시즌 전체에 보다 쉽게 접근할 때 더 높게 올라간다. 생리학적으로 왜 몰아보기가 증가하는지 이해는 간다.

하지만, 넷플릭스를 밤 늦게 6시간 동안 시청하고 나면 눈은 충혈되고, 두통과 아픈 잇몸이 남게 된다. 다음날 일터에서 ‘아! 어제 잠을 좀 더 잘 걸 그랬다. 오늘 밤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며 후회한다. 하지만, 저녁 6시에 집에 와서 쓰러져 자고 일어나 새벽 1시쯤 다시 깨서 ‘에피소드 딱 하나만 보고 다시 자야지’한다. 그러나, 새벽 4시에도 아직 넷플릭스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온디맨드 몰아보기를 한 이후에 후회하기를 반복하고 다시 몰아보기 시청을 하는 것은 여러분의 의지가 약하기 때문은 아니다. 무척 늦은 밤까지 시청을 하고 있다는 것을 넷플릭스는 알고 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시청자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인공지능이 알고 있다.

껄끄러운 즐거움guilty pleasure을 이용한 넷플릭스 몰아보기 유도는 주도면밀하게 고안된 추천 알고리즘, 양질의 컨텐츠, 시리즈 일괄출시 정책으로 무장하여 미디어중독을 일으킨다. 심지어 컨텐츠 시청 중 어느 부분에서 스킵을 했는지 구간 반복 시청을 했는지도 인공지능이 분석해서 다음 시리즈를 계획한다고 한다. 당신의 의지만으로 넷플릭스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다. 책 ‘넷플릭스의 시대’는 학문적으로 넷플릭스의 컨텐츠 전략과 중독에 대해 탐구한 책이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미래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제목

넷플릭스의 시대

저자

코리 바커, 마이크 비아트로스키

출판

팬덤북스

 청구기호

HD9697.V544 .B37 2019

 

인간의 자유의지는 뇌에서 만들어진 환상인가? 인간은 진화 과정을 통해 자유롭게 상상하고, 자유롭게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발전시켰다. 이로서 얻은 많은 혜택과 불행이 있다. 자유의지는 강요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지만, 자유의지에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책임이 따른다. 하고 싶은 걸 맘대로 하려면 혼자 살면 되지만, 함께 사는 공동체 사회에서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불편하거나 불행한 일이 발생하고, 이를 위해 윤리와 법률 등이 같이 발달 했다.

신이 인간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창조한 것이라는 추측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더 고귀한 존재”에 대한 오랜 믿음은 종교를 만들었다. 종교를 상상하지 않는 문화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사는 세계는 위험하며 인간은 물리적 능력의 한계를 갖고 있다. 종교적인 의식을 통해 구성원의 “정신들”을 달래는 일은 긍정적인 영향력이 있다. 신이 유용하기 때문에 “필요한 신”이 탄생한 것 이다. 예를 들어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장 확실하게 해결해 주는 것이 종교이다. 믿음을 갖으면 영원히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자유의지에 따라 그 지도자를 믿고 자신들은 그 혜택(영생)을 챙긴다. 물론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집단 최면에 의해 가능하다고 믿게 된다.

예를 들어 보자. 뜨거운 여름날 어린아이를 차안에 두고 잠시 은행을 다녀온 부모가 있다. 돌아 왔을 때는 차안에 갇힌 자녀가 질식사를 했다. 부모는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을 했고, 자신들의 행위의 결과를 예상하지 못 했기 때문에 이들은 죄가 없고 벌을 받을 필요가 없을까? 어리석은 행동은 윤리적인 지탄을 받고, 현대 사회에서 처벌의 대상이 된다. 사회 공동체는 힘 없는 아동을 보호하고 유사한 비극을 막기 위해 법률을 만들어 처벌 조항을 만들었다.

종교집단의 지도자를 따르면서 자신들의 믿음에 따른 혜택을 챙기면 되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어리석은 행동의 결과를 예측 못 한다면 어떻게 될까? 전염병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고 자신들은 영생을 위해 열심히 모여 기도 한다지만, 공공의 안녕을 위험에 빠뜨리고 천문학적인 국가적인 손실을 입힌다면? 이들이 말하는 ‘우리도 피해자다’가 얼마나 공허한 주장인가? 인간은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한다. 그리고 그 책임을 진다.

제목

자유의지, 그 환상의 진화

저자

프란츠 M. 부케티츠

출판

열음사

 청구기호

BJ1463 .F7 2009

 

학부 학생 한명이 내게 질문을 했다. 만약 25세 때로 돌아가서, 미래의 직업과 진로를 고민할 때 어떤 책을 읽어 보길 추천하는가? 내가 25살때 읽었던 한권의 책이 생각났다.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쓴 ‘학문의 즐거움’이라는 책이다. 다시 읽어 보면 그 때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그대로 살아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당시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전방에서 학군 장교로 군생활을 하고 있었다. 입대 해서 2년 반 정도 지나 제대를 앞두고 있던 시기에,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고 살 것인가? 많은 고민을 했다. 그 당시 입대 전 삼성그룹 입사시험을 봐서 합격 후 입사연기를 해 놓았고, 또 대학원 시험을 보고 휴학을 해 놓았었다. 제대를 하면 삼성에 입사를 하거나 대학원에서 학위를 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군생활을 하면서 임무에 흥미를 느끼고 장기 지원을 해서 장군까지 한번 해 볼까 하는 나름대로의 상상도 하며 제대를 앞두고 깊은 고민을 했다.

그 당시 책 ‘학문의 즐거움’을 읽으면서 많은 고민들이 저절로 해결되었다. “사는 것은 배우는 것이며, 배움에는 기쁨이 있다. 사는 것은 무엇인가를 창조해 나가는 것이며, 창조에는 배우는 단계에서 맛볼 수 없는 더 큰 기쁨이 있다.” 시골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늦게 시작해서 즐겁게 공부를 하다가 보니, 어느덧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드상을 받은 과학자이다.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공부하다 보니, 남들보다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지혜를 얻게 되었다.” 책에는 좋은 내용이 많이 있는데, 그 내용을 내가 글로 옮겨서는 그 당시 느꼈던 감동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출판이 된지 오래 되었는데, 내게 질문한 학생이 이 책을 읽고 나와 같은 감동을 느끼면 참 좋겠다. 그 당시 제대를 몇 일 앞두고 내가 참모로서 모시던 남궁균 대대장님께 마지막 면담 때 이 책을 선물로 드린 기억이 난다. 그 때 대대장님이 살짝 당황해 하시며 전역하는 후배 장교로부터 책 선물은 처음 받아 보신다며 같이 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 때는 내 스스로의 다짐으로 내가 존경하는 분께 책을 드렸던 듯 하다.

제대하고 10년쯤 지나서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고 미국에서 박사 후 연구원까지 마치고, 포스텍의 교원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당시 포스텍 컴공과 교수로 계시던 책의 역자 방승양 교수님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운명이라는 것을 안 믿지만, 참으로 기이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책의 역자분과 같이 근무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학문의 즐거움'은 단지 공부해서 교수를 직업으로 선택하려는 사람 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배움을 즐겁게 여기며 살면 행복한 사람이 된다는 내용인데, 글 몇 자로 책의 내용을 전달할 수 없어 안타깝다. 직접 읽어 보면 좋을 듯 하다. 같은 책, 같은 영화를 보고 나서 사람들이 다른 느낌을 갖는게 어쩌면 당연한지 모른다.

제목

학문의 즐거움

저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출판

김영사

 청구기호

QA29.광76 .학36 2013

 

우리 대학을 대표하는 강의는 무엇일까? 하버드 대학에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유명한 강의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예일대를 대표하는 강의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찾아보니, ‘예일대 지성사 강의’가 있어 찾아 읽어 보았다. 강의에서 다루는 주제의 내용의 폭과 깊이에 한번 놀라고 한 학기 동안 강의를 진행하는 방식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되었다. 단지 유명한 교수가 좋은 강의를 전달 하는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참여와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좋은 대학에 훌륭한 강의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궁금한 사람, 그리고, 미래에 자신만의 강의를 디자인하고 싶은 대학원 학생이 보면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다.

책의 내용은 프랭크 터너 교수가 예일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15개의 강좌를 묶은 것이다. 근대 사상의 아버지들부터, 민주주의의 기반을 닦은 사람들, 자연의 역사, 세상의 갈등, 예술가들의 상상력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강의의 등장인물에는 루소, 밀, 다윈, 마르크스, 바그너, 니체 등 서양 세계 정신의 발달에 기여한 많은 이들이 있다. 다루는 내용이 너무 방대하여 어떻게 한 학기 동안 민주주의와 민족주의, 창조론과 진화론, 국가의 형성과 노동자의 권리,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주제를 한 강좌에서 다룰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책을 읽었다.

100명 정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터너 교수가 먼저 전체 수강생을 대상으로 주 별 강의를 하고, 대학원생 조교들이 수강생들을 소규모로 나누어 조별 토론식 교육을 수행한다. 소규모 강의에서 조교들과 수강생들 사이의 상호 작용을 다시 교수가 점검해 가며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학생들의 수업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학생들은 토론에 참여하기 위해서 다양한 독서를 하게 되고, 자신의 얘기를 듣고 피드백을 주는 박사과정 학생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교수는 토론을 통해 대학원생 조교들을 미래의 동료 학자로 대우하며 같이 교육의 성과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강의를 듣는 청중들에게 역사를 미화 해 교훈적으로 다루기 보다는, 인간사회가 갖고 있는 부조리의 일부를 보여주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많이 보여서 좋았다.

우리 대학 같은 소규모 대학에서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도록 다른 전공 교수님이 함께 한 강의에 참여하고 학생들이 조별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면 좋은 강의를 만들 수 있을 듯 하다. 예를 들어 전자과 교수님이 강의에서 공학자들이 반도체를 설계하여 어떻게 디자이너 서킷을 만들 수 있는지, 생명과 교수님이 생명체의 진화과정에서 바이오 서킷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고 선택 되었는지, 화공과 교수님이 시스템의 최적화를 위해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 물리학과 교수님이 다양한 서킷과 네트워크의 토폴로지 분석에는 어떤 방법이 사용되는지, 인문 사회 전공 교수님이 사회관계 네트워크Social Network에서는 자연계에서 관찰한 현상과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학생들이 토론하고 자료를 찾아 스스로 공부한다면 진짜 배울게 많은 강좌를 만들 수 있을 듯 하다.

제목

 예일대 지성사 강의

저자

프랭크 터너, 리처드 로프트하우스

출판

책세상

 청구기호

CB245 .T88 2016

 

입학사정관을 하면서 경험한 일이다. 시험 점수만으로 학생의 성장가능성을 판단할 수 없다. 답이 알려진 복잡한 문제를 척척 잘 푸는데, 답이 없는 문제를 제시하면 어쩔 줄 몰라 하며 쩔쩔매는 학생들을 자주 보았다. 반대로 배우지 않은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시하고 결론에 어떻게 도달했는지 설득력 있게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학생들도 보았다.

요즘 지능이 높고 배운 게 많은 헛똑똑이들이 일으키는 사건 사고들에 관한 뉴스가 많다. 객관적 근거를 무시하고, 자신의 편향을 확증하는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려 생기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어떻게 하면 지능의 함정을 피해갈 것인가? 리먼브라더스 사태처럼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월스트리트에서 IQ가 높은 좋은 머리를 가진 이들이 왜 그런 바보 같은 결정을 내렸는지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지능의 배신’에 대처해 비극을 피해갈 것인지 새로운 안목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지능의 함정은 머리가 좋고 기억력이 우수하며 공부를 많이 한 전문가가 왜? 오류에 빠지는지, 합리적인 판단을 못 내리는지, 지능이 우수한 사람이 집단 내에 너무 많아 오히려 팀워크를 해치게 되는 과정을 다양한 예제를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지능과 지식 보다는 지혜를 기르는 게 중요하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지혜는 무엇인가? 스트리트 스마트라는 표현이 있다. 머리로만 답을 정하는게 아닌 자신의 감정 상태를 감지하여 편향된 결정을 피하는 것, 복잡한 상황에서 불확실하거나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는 능력, 실제상황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문제를 일으킬만한 결정을 제거해 나가는 전략, 자신이 잘 아는 내용에 대해 혼자 판단하지 않고 다른 이의 의견을 많이 듣고 결정을 내리는 능력, 서둘러 결정을 내리기 보다 논쟁의 찬반을 저울질하여 느리지만 체계적인 결정을 하는 습관, 낯선 사람, 낯선 상황, 낯선 장소를 꺼리지 않는 능력, 호기심을 갖고 캐묻고, 관심을 기울이고, 의문을 제기하여 추론과 편향에 빠지지 않으려는 태도, 자신의 판단에 한계를 인정하고 오류가능성을 보완하려는 능력, 팀원들이 의견을 말할 있는 환경을 만들어 팀이 하나의 단위로서 팀워크를 이끌어내는 사회적 감수성 등이 중요하다.

제목

지능의 함정

저자

데이비드 롭슨

출판

김영사

 청구기호

BF431 .R54 2020

 

코로나가 창궐하는데 일터에 나오라고 하는 상사나 회사는 잘 못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바이러스와 접촉 한적도 없는데 직장이나 일터에 출근하지 못 할 정도의 공포를 느끼는게 정상일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면서 우리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지속해야 한다. 시청 검역 공무원이 코로나가 너무 무섭다고 출근을 거부하는 상황까지 간다면 사회 기능은 마비 될 것이다.

공감 능력은 다른 사람이 문제를 겪고 있을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돕는다. 다른 사람들 문제를 걱정하고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그래서,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친절을 베풀도록 한다. 공감 능력의 좋은 기능들이다. 하지만, 위급상황에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을 보면 몸과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고 거북 해진다. 이 또한 공감 능력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 공감 능력이 지나치면 불안을 느끼며 분별력을 잃는 경향이 있다.

공감empathy과 연민sympathy은 다르다. 언뜻 들으면 감정 이입 하기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는 좋은 태도 인 듯 하다. 하지만, 공감 보다는 차가운 이성적 판단과 보편적인 윤리를 따르는 태도가 중요하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은 좋은 태도라고 배운 내게 이 책은 잠시 혼란을 주었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사회에 공감 능력의 중요성이 과대포장 되었다는 것과, 지나친 공감 능력이 사회의 악을 만든 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성적 판단이 마비되면 우리는 정치적 구호와 종교 집단의 호소에 공감한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시기에 공감보다는 보편적인 인간에 대한 연민이 더 중요하다. 실제로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은 타인의 고통에 지나치게 동화될 위험이 있다. 타인의 고통에 지나치게 동화되면, 그들을 도울 수 없다. 공감이 지나치면 마음의 병이 되고, 공감 때문에 전쟁과 인종차별이 생긴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마음 헤아리기를 통해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의 차이를 이해하자. 어려운 시기에 시의 적절한 주제를 다룬 책이다.

제목

공감의 배신

저자

폴 블룸

출판

시공사

 청구기호

BJ1475 .B5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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