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 이너프》는 20세기의 매력적이고 논쟁적인 여섯 여성 지식인을 다룬 책이다. 독특한 신학과 정치학을 개진했던 철학자 시몬 베유, 20세기 최고의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 소설가이자 당대 지성계에서 독보적 여성이었던 메리 매카시, 미국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평론가, 소설가인 수전 손택, 사회적 주변인들을 작품에 담았던 천재적 사진작가 다이앤 아버스, 2005년 전미 도서상을 수상한 작가 조앤 디디온. 이들은 어떤 단일한 전통도 따르지 않으며, 단순한 범주로 묶을 수도 없다.
히는
제목
터프 이너프 : 진실을 직시하는 강인함에 관하여
저자
데보라 넬슨
분야
인문
출판
책세상(19.11)
청구기호
PS151 .N45 2019
<책 소개>
시몬 베유, 한나 아렌트, 메리 매카시, 수전 손택, 다이앤 아버스, 조앤 디디온
20세기 지성계의 매력적인 여성들은 왜 ‘공감’ 대신 ‘강인함’을 선택했는가?
'고통'을 대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지성적이고 날카로운 책
《터프 이너프》는 20세기의 매력적이고 논쟁적인 여섯 여성 지식인을 다룬 책이다. 독특한 신학과 정치학을 개진했던 철학자 시몬 베유, 20세기 최고의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 소설가이자 당대 지성계에서 독보적 여성이었던 메리 매카시, 미국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평론가, 소설가인 수전 손택, 사회적 주변인들을 작품에 담았던 천재적 사진작가 다이앤 아버스, 2005년 전미 도서상을 수상한 작가 조앤 디디온. 이들은 어떤 단일한 전통도 따르지 않으며, 단순한 범주로 묶을 수도 없다. 하지만 저자 데보라 넬슨에 따르면 그들은 문체와 철학적 관점에서 서로 연관성이 있다. 바로 고통을 대하는 태도에서 유난히 ‘강인한’ 마음을 지녔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터프함’은 그간 여성의 미덕처럼 여겨져 온 감정 표현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작가의 윤리적 입장과 미학적 접근방식을 결정하는 ‘비감상주의적 태도’를 가리킨다.
이 ‘터프한’ 여성들은 ‘공감’만이 고통을 마주하는 올바른 태도라는 기존의 생각에 도전하고, ‘강인함’이 여성들에게는 바람직하지 않은 특성이라는 통념에 저항했다. 이들 모두는 인간의 고통과 세계의 상처가 공감이나 연민에서 나오는 격정적인 수사나 드라마에 기대지 않으려 하면서 그 상처가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며 현실적인 방법으로 치유되어야 한다는 강인한 태도를 일관되게 견지했다. 공감이나 연민이라는 감정은 종종 사실을 가릴 뿐 아니라 도덕적 만족감을 주어 올바른 실천이나 행위로 이어지지 못하게 하고, 자기연민에 빠지게 하거나 고통에 무감각하게 만들 수 있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위안이나 보상 없이 현실을 대면하기를 강조함으로써, 감정 과잉과 냉정한 아이러니의 양극단 사이의 좁은 길을 걸었던 이 여성들은 현실의 고통에 맞서는 진정한 ‘터프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전쟁, 폭력, 죽음, 장애 등 현실의 고통에 맞서
연민, 위안, 구원이라는 마취제를 거부하고
냉철한 사유의 날로 진실을 도려낸 강인한 삶과 사상
시몬 배유는 전후 종교가 부흥하던 시대, 위안과 구원을 강조하는 기독교를 비판하며 고난을 신의 사랑의 표지로 보고 고통과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치관에도 적용되어, 인간이 고통에 취약한 존재임을 깨닫고 신학적 의무를 다해야 힘없는 자들을 격하시키지 않는, 더욱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게 된다고 보았다. 한나 아렌트는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고통’의 묘사가 감정에 미혹되어 현실을 가리지 않도록 절제하고, 타자와 함께 세계를 공유한다는 인식에 바탕한 복수성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말을 잃게 하는 참상 앞에서도 고통을 분석하고 감정에 매몰되지 않으며 도덕적 판단을 내리겠다는 아렌트의 의지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잘 나타나 있다. 메리 매카시는 당대의 ‘비현실적’인 역사(홀로코스트, 원폭 등)와 대조적으로 너무나 사소해 보이는 일상 간에 가교를 놓고자 사실의 문제에 천착했다. ‘사실’은 현실의 포착하기 어렵고 종종 고통스러운 특성들과의 대면으로, 매카시는 사실에 더욱 예민하기 위해 좌우도 중도도 아닌 고독을 선택한다.
좀 더 후대의 인물인 수전 손택은 현대 문화의 극적인 감정변화를 비판하며 보다 예민하게 느끼는 능력을 중요시했다. 감정과 표현은 스스로의 무력함을 즐기는 방식이라고 주장하면서 예술과 정치학에서 냉담함과 지나친 감정 과잉 사이의 좁은 지대인, 감정적 통제를 강조했다. 다이앤 아버스는 자신의 사진작품에 예기치 못한 순간이나 불편한 진실로서의 ‘현실’을 담기 좋아했다. 그녀의 작품은 고통을 강조하는 당시의 보도사진과 달리, 공감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카메라의 미학적 감정과 개인의 감정을 기술적으로 분리하여 현실의 공간을 열고자 했다. 조앤 디디온은 자기연민은 자기기만과 같은 것이라며 도덕적 가혹함을 옹호했다. 감상주의는 고통을 달래는 동시에 감각을 마비시켜 도덕적 결핍으로 이어진다고 본 것이다.
<출판사 서평>
고통스러운 현실을 직시하자! : 미학적, 도덕적, 정치적 의무
홍원표(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
인간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온갖 고통과 어려움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기쁨을 경험한다. 그러기에 삶의 근본 요소인 고통과 쾌락은 종교를 비롯해 문학, 철학, 역사 등 모든 학문의 주제가 되어 왔다. 카를 야스퍼스(Karl Jaspers)는 죽음, 우연, 죄책 등과 더불어 고통을 ‘한계상황’으로 규정했다. 아렌트는 이를 인간조건이라고 했다. 우리는 불편한 사실, 나아가 고통스러운 현실을 어떻게 마주하고 이를 ‘극복할’ 것인가? ...<더보기>
[출처: 교보문고]
2019-12-16 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