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래시 정치 (경향)

2023-03-0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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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의 역사는 오래되었으며,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반발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양상이 달라졌다. 안티페미니즘이 주요 정치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20대 대선을 전후해 ‘이대남’ 프레임과 ‘여성가족부 폐지론’이 유권자를 집결시키는 전략으로 활용되었으며, 이는 지금도 선거철 정치인들이 불리하면 만지작거리는 카드다.
 

제목

백래시 정치: 안티페미니즘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저자

신경아

분야

사회/정치

출판

동녘 (23.01)

 청구기호

HQ1236 .신14 2023

 

<책 소개>


“페미니즘 운동의 성과가 있는 곳엔 반드시 백래시가 나타난다”
백래시의 개념과 역사부터 이론과 전략까지
정확한 이해와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지침서

여성혐오의 역사는 오래되었으며,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반발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양상이 달라졌다. 안티페미니즘이 주요 정치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20대 대선을 전후해 ‘이대남’ 프레임과 ‘여성가족부 폐지론’이 유권자를 집결시키는 전략으로 활용되었으며, 이는 지금도 선거철 정치인들이 불리하면 만지작거리는 카드다. 안티페미니스트 집단의 정치세력화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는 ‘백래시’로 평가될 수 있다. ‘백래시’는 여성혐오라는 배경 위에서 여성혐오의 ‘다음 단계’로서 전개되는 행동으로, 거시적인 제도·정책·집단을 목표물로 삼는다.
사실 ‘백래시’는 쓰기 편한 용어다.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나, 성평등 정책들이 후퇴하는 현상을 비판할 때 이 말을 쓰면 쉽게 입장을 보여줄 수 있다. ‘등(back)을 후려치다(lash)’라는 직관적인 이미지 역시 접근성을 높인다. 그래서일까. ‘백래시’ 개념은 안티페미니즘에 대해 깊이 ‘설명’해주기보다는 무엇이 안티페미니즘인지 ‘규정’하는 데 주로 사용되어왔다. 1991년 출간된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가 주목을 받은 지도 30년이 넘었지만, 대부분의 백래시 논의는 여전히 현상을 규정하는 데 그친다.
그래서 이 책은 ‘백래시’를 이론의 관점에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여성주의 실천이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루어가는 한 백래시도 계속될” 것이므로 백래시 개념을 정확히 이해해 좀 더 정교한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이 책에서는 백래시가 흔히 혼동되는 ‘여성혐오’와 어떻게 다른지, 19세기 페미니즘 운동 이래로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는 어떤 역사를 거쳤는지, 세계 각국 백래시 현상의 특징은 무엇인지, 특히 한국 사회에서 백래시는 어떻게 정치세력을 구축해왔으며, 페미니스트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도 이론 모델을 통해 살펴본다.

 

<출판사 서평>


안티페미니즘 분석의 고전 《백래시》의
이론적 깊이를 보완하는 새로운 ‘백래시 책’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이야기되는 ‘백래시’는 정확히 말해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다. 본래 ‘백래시’란 페미니즘 운동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성장을 가로막는 모든 유형의 ‘반동’과 ‘반격’을 뜻한다. ‘백래시’가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의 의미로 널리 알려진 것은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 때문이다. 저널리스트 출신인 팔루디는 이 책에서 1980년대 신보수주의 물결 속에서 일어난 안티페미니즘의 역풍을 파고들었으며, ‘백래시’를 안티페미니즘 분석을 위한 주요 개념으로 정립시켰다. 한국에서도 2017년 번역본이 출간된 이후 젠더 이슈 때마다 소환되는 고전이다.
그러나 《백래시》는 한계도 있었다. 저널리즘적 접근 방식은 ‘백래시’ 개념을 널리 각인시켰지만, 학술적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특히 여성의 주체성이나 시대 구분, 페미니즘 운동 등이 단순하게 묘사되면서 복잡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 결과 ‘백래시’ 개념은 페미니즘 공격을 분석하는 주요 개념으로 인정받아온 한편, 상대적으로 이론적 깊이가 부족하며 현상을 발견하고 기술하는 도구에 머무른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 책은 《백래시》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했다. 개념과 양상, ‘여성혐오’와 ‘백슬라이딩’ 등 혼동되는 개념과의 비교, 감정 기제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했고, 19세기 페미니즘 운동부터 1991년 《백래시》 출간, 트럼피즘의 등장까지 안티페미니즘의 굵직한 역사들을 소개한다. 특히 2019년 초, 팔루디와 전 세계 학자들이 모여 백래시의 동향을 진단하고 개념과 기준을 토론했던 세미나 〈백래시와 페미니즘의 미래〉에서 발표된 내용도 중요하게 다룬다.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역풍이 거세지는 오늘날, 백래시에 대한 정확하고 엄밀한 이해는 현실 변화를 위한 논리적 도구로서 ‘백래시’ 개념의 활용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여경 비난, 남성 역차별 …
백래시의 최전선에서 한국 사회를 보다!

원전 《백래시》는 1980년대 미국의 사례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시점에서 각 지역별로 적용해 새롭게 읽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책은 유럽,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전 세계 각국에서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의 양상이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페미니즘 운동은 여기에 어떤 식으로 대응했는지 그 특징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는 각 사회의 역사와 제도, 문화적 조건에 따라 주요 쟁점이 달라졌지만, 한편으로는 정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확인하게 된다.
특히 중요하게 비중을 할애한 곳은 한국 사회다. 이 책은 1999년 군복무가산점제 위헌판결 이후부터 오늘날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이르기까지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의 흐름을 보여준다. 2000년대에 여성혐오가 자라난 온상으로서 ‘일베’, 여성혐오의 표현물로서 ‘여경’이 지속적인 타깃이 된 이유, ‘젠더 갈등’이 폭발한 시점으로 여겨지는 ‘미러링’, 강남역 살인 사건, 미투운동, 엄지와 검지 이미지를 사용하는 광고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여성 선수에 대한 공격, 그리고 20대 대선을 전후로 한 여성가족부 폐지론 등은 백래시 정치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저자가 보기에 한국 사회에서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가 체계화되기 시작한 것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7월부터 시작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다. 이후 안티페미니즘 공격이 선거 전략으로 본격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성평등지수, 성별 실질임금 격차 등의 몇 개의 지표만 봐도 이러한 주장에는 커다란 허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가 세력을 더해가는 이유로 흔히 청년 세대의 젠더 갈등이 거론된다. 이에 책에서는 17개의 통계자료를 활용해 청년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젠더의식을 상세히 분석한다. 또한 지역사회와 교육현장에서는 이미 백래시가 급속히 진행 중임을 짚으며, 특정 세대나 주제에 국한되지 않고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계속되는 반격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전략

‘젠더 갈등’의 시대에서 ‘백래시의 시대’로 나아가는 지금, 반격에 어떻게 맞서야 할까? 오랫동안 학교와 정책 개발의 현장들을 오가며 젠더 이슈에 목소리를 내왔던 저자는, 단순히 ‘백래시’라고 비판하는 것을 넘어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책은 민주주의 제도와의 연결고리, 페미니즘 운동의 새로운 모델이 지닌 가능성을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은 다른 차별이나 폭력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또한 실업률이 높고 고용이 불안정할 때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가 사람들을 더욱 결집시키고 기승을 부린다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더욱이 민주주의의 후퇴는 시민사회와 정부의 협력을 위한 공간을 축소시키고, 이는 국가와 페미니즘 운동의 협력관계라는 젠더 거버넌스의 약화로도 이어진다. 이것은 페미니스트가 자유롭고 안전하게 요구할 수 있는 정책의 공간이 줄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여성가족부 폐지 정책이 전형적인 사례다.
또한 저자가 여성들 간, 지역 간 연대를 시종일관 강조하면서도 당부하는 것은 운동과 정책 프레임의 변화다. 과거와 달리 성평등 정책은 이제 안티페미니즘 세력의 반발에 늘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페미니즘 운동’과 ‘국가’의 양자 관계가 아니라, ‘반페미니즘 운동’까지 포함한 삼자 관계를 전제로 운동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안티페미니즘 세력 자체도 단일한 것으로 여기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어떤 집단이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페미니즘 세력과 안티페미니즘 세력은 늘 공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지형은 정치사회적 변동에 따라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 안티페미니즘의 세력화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면서 주의 깊게 추적해야 한다고 본다.

 

[출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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