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교수와 함께 떠나는 5월의 책여행

2020-05-06 11:01
postech

 

글을 잘 쓰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래서, 글 잘 쓴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찾아 본다. 우리 나라 소설가 중에는 조정래 작가가 가장 많은 베스트 셀러를 판매 했다. 그의 자전적 에세이의 제목은 ‘황홀한 글 감옥’이다.

글은 쓴다는 것은 기쁨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깊은 고민 끝에, 어느 순간 번쩍하는 생각과 함께 딱 맞는 표현이 떠오르기도 하고, 글을 써 내려가면서 앞으로 써야 할 대목들이 술술 풀리기도 한다. 그런 순간에는 환희와 황홀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기쁨과 성취감이 고통스러운 글쓰기를 지속 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글을 제대로 쓰려면, 자신을 가두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보면서 서서히 글 쓰기 실력이 늘어난다. 바깥에 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글쓰기를 꾸준히 하려면 결국 자신이 만든 감옥에 스스로 들어가야 한다.

조정래 작가의 ‘황홀한 글 감옥’은 많은 작가 지망생과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84개로 정리해서 작가가 답을 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문학, 역사, 작품, 인생 등 다양한 질문들이 있으나, 그 중에서도 내 눈길을 끄는 질문들이 있다.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어휘가 풍부해지나? 좋은 작품을 베껴 써보는 것의 효과는? 어떤 책을 골라 읽어야 하는가? 글을 잘 쓰려면 재능과 노력은 몇 대 몇? 하루 종일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은? 글쓰기에 있어 ‘영감’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얻고자 이 책을 구입 해 읽었다. 작가의 주장은 ‘글 잘 쓰는 요령이나 방법을 콕 찍어서 속 시원하게 가르쳐 주겠다는 사람’은 사기꾼이라고 한다. 글 잘 쓰는 요령은 없다고 한다. 기대한 만큼 실망이 크다.

대학을 다녀도 글 쓰기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글을 잘 쓰려면 정신 집중해가며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 보면서,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조정래 작가가 강연을 다니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느냐'에 괸한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강연을 다니는데, 그 질문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조정래 작가의 표현이다. "글을 자신 있게 쓰려면 큰 강을 하나 건너야 한다. 돌은 단 두개가 주어졌다. 뒷돌을 앞으로 옮겨 놓아가며 스스로, 혼자의 힘으로 강을 건너가야 한다. 혼자 징검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가 50년이 넘는 세월을 작가로서, 글 쓰기를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살아오면서 배운 것은 ‘글 잘 쓰는 기술은 애초에 가르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조정래 작가는 사과도 잊지 않는다. "글을 잘 쓰고자 하시는 여러분, 아무런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른 글쓰기 책의 저자들 보다 훨씬 솔직하다. 책을 사서 읽은 보람이 있다.

제목

황홀한 글감옥

저자

조정래

출판

참언론 시사인북

 청구기호

PL959.55.조738 .황95 2009

 

미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아마 과학을 하는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하진 않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세상사람들의 삶을 송두리 채 바꾸는 일을 매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검체로부처 바이러스를 진단하고, 백신을 만들어 질병을 치료 하는 방법을 찾는 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예술가는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 듯 하다. 이태호 작가는 강한 목소리로 이 질문에 대해 답을 한다. 지금 세상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고 있는 사람들의 노력들을 보여준다. 낙후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이 사는 곳을 아름답고 안전하게 바꾸기 위해 스스로 참여하는 벽화 프로젝트들, 전쟁과 폭력의 아픈 기억을 치유하기 위한 공공 조형물 프로젝트들, 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을 보여주는 사진과 포스터 들이 있다.

예술은 세상을 사람들이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고 있다. 사람은 빵만으론 살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식사를 거부하고, 때로는 목숨까지도 내놓는 것이 인간이다. 소신과 명예를 지키는 일이 다른 동물과 인간을 구분 짓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미술이 한 사람 혹은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명예와 자부심을 선사할 수도 있고, 체념과 절망 속에 있던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다면, 미술은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고 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고 그리기

문학도 미술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문학과 미술은 무엇이 다를까? 미술은 문학에 비해 사람들의 생각에 쉽게 파고들 수 있다. 선사시대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전달하기에는 문자보다는 그림이 더 쉬웠을 듯 하다. 상형문자는 해독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동굴의 벽화를 보면 현대를 사는 사람들도 그들의 메시지를 쉽게 전달받을 수 있다.

과학자들 역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문자보다 그림을 선호한다. 인포그래픽이란 이름으로 많은 정보를 압축해서 이미지로 만들어 전달하고 있다. 우리 실험실 학생들과 함께 시각디자인에 대해 같이 공부한다. 색의 온도가 어떻게 정보를 전달하는지,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열띤 토론을 한다. 과학자도 미술을 공부해야 한다.

제목

미술, 세상을 바꾸다

저자

이태호

출판

미술문화

 청구기호

N5300 .이883 2015

 

이 책을 이런 질문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책의 작가가 추천한 건 아니에요. 제가 책을 읽어 보니, 이런 질문이 있는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보면 마음이 한결 나아질 거에요.

저 빼고 친구들이 다 연애를 해요. 지금 외로운데 저 어떡하죠?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이 함께 여도 행복하다고 하네요.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가 좋아지는데 포기부터 하려드네요. 그러기 싫은데 자꾸만 엄두가 안나요.

좋은 사람이 있어요. 이성을 따라야 하나요? 마음 가는 대로 해야 하나요?

지금 사귀는 사람이 익숙해져서 싫증이 나는 것 같아요. 그 친구도 그런 것 같고, 계속 사귀는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뭔가를 해 주고 싶어요. 기억에 남는 선물이 무엇이 있을까요?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사귀고 싶은데, 자꾸 많이 재고 따지는 거 같아요. 이런 저런 조건들을 안 따지고 싶은데 자꾸 따지고 있는 저를 보게 되네요.

삶의 배경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이 만났으니 부딪치는게 당연한데,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줄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자꾸 어장관리를 당해요. 왜 그런가요?

   .
   .
   .

나이가 어릴 때 내 마음속에 있던 질문들이다. 심리학도 공부하고 철학도 공부 했지만 아직도 답을 찾지 못 했다. 많은 책을 읽어 보았지만 답을 주진 않았다. 그런데도 책을 읽고 묘하게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아마도 책이 질문에 답을 주는게 아니라, 내가 갖고 있던 질문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나 보다.

제목

참 소중한 너라서

저자

김지훈

출판

진심의꽃한송이

 청구기호

PL959.65.김78 .참55 2018

 

이 책을 모든 리더가 봤으면 좋겠다. 리더의 착각은 조직을 이끌고 통솔하며 관리 감독해야 한다는 확신이다. 리더 자신이 조직에서 가장 능력이 있고 열심이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구성원의 창의성과 책임감의 싹을 잘라버리는 꼴이다. 모든 조직구성원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작년 성과와 비교해서 성과급을 지급하면 그 조직은 망한다. 사람들은 눈앞에 이익만을 추구하게 되고 조직의 미래는 어둡게 된다.

잘못된 리더십은 경영자에게 ‘직원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지 내가 지도해야 한다’고 믿게 만든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명확한 지시를 내리고 그들이 제대로 업무를 실행했는지 철저히 감독한다. 그러면 직원들은 맡은 일을 처리한다. 물론 억지로 일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자는 이것을 보고 “옳지, 내가 열심이 일하고 있구나, 내 능력 때문에 조직이 돌아가는 구나”하고 착각한다. 이런 상태에선 자주적이고 책임감 있는 생각과 행동을 기대할 수 없다. 머지않아 직원들은 모두 자발성을 내려놓고 오로지 지침에 따라 행동한다. 실수가 늘어난다. 하지만 이럴수록 직원들에게 지도가 필요하다는 경영자의 신념만 더 확고하게 된다. 악순환에 빠진다.

언리더십Un-Leadership은 리더가 착각에서 벗어나 조직 구성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스스로 성장 동기를 만드는 것이다. 조직의 문화와 구성원의 역할이 마치 진화하는 것처럼 변한다. 리더는 권위를 내려놓고 조직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리더로서 역할을 한다면 감시가 없는 자율 조직이 된다. 구성원들은 성과급이 아닌 자신의 성장과 행복을 추구하고 그 결과 조직은 어떤 외부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건강한 조직으로 변화한다.

일일이 지시하고 따져볼 게 아니라 자율성을 부여하여 조직 구성원에게 성과를 내고 스스로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조직 구성원 모두 (조직과 자신의)가치창출에 참여할 수 있다. 사람은 원칙만 주어지면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리더십은 경영진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리더십은 업무 담당자 누구나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권위는 나이, 학벌, 직위에서 나오지 않는다. 권위는 능력, 경험, 태도, 역량에서 나온다. 촘촘한 인사고과는 사람들을 불신하게 만든다.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인사정책이 없다면 차라리 구성원이 행복한 조직을 만드는게 훨씬 좋다.

경영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면 조직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방향설정에 조직 구성원 모두 참여 가능하다. 경영이 사라지면 모든 것의 시작은 사람이 된다. 일하는 시간은 업무를 ‘처리’하거나 성과를 ‘만드는 게’ 아니라 경험을 축적하고 스스로 발전하는 시간이다. 의미 있는 일이라면 누구든 기꺼이 그 일에 뛰어든다. 결국 모든 것들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조직을 만들게 된다.

제목

언리더십

저자

닐스 플레깅

출판

흐름출판

 청구기호

HB887 .B75 2019

 

누군가 한글의 아름다움을 느끼려면 구운몽을 보라 했다. 글을 읽으면 한글의 아름다운 리듬과 선율을 느낄 수 있다. 물론 현대어로 번역된 조선시대 글의 한계가 있지만, 지금은 쓰이지 않는 표현들이 마치 음악과 가사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랩을 듣고 있는 듯 하다.

처음 구운몽을 30년 전쯤에 읽었다. 이제 50대가 되어 구운몽을 다시 읽으니 예전에 느끼지 못 했던 한글 글쓰기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미국에 유학 가서 간결하고 직설적인 영어 표현들을 배우며 글쓰기 공부를 했다. 영문과 비교해서 한글로 명확한 의도를 전달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오랜 기간 동안 과학적 발견들을 기록하는데 영어가 쓰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과학적 발견을 기술하는데 앞으로 한글이 더 많이 사용되면 한글 글쓰기가 더 발전하리라고 믿는다.

구운몽 같은 아름다운 우리 글이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그 나라의 글이 발전하려면 문학작품 특히 그 나라의 글로 쓰인 소설이 세계적으로 널리 읽혀져야 한다고 믿는다. 셰익스피어 때문에 영어가 발전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익숙하지 않은 고전의 어투를 참고 읽다 보면 작가 김만중의 글쓰기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상공이 아직 춘몽에서 깨어나지 못하였도소이다.”

“사부는 어떻게 하면 소유를 춘몽에서 깨게 하리오?”

대답을 듣기도 전에 구름이 날아가니 중은 간 곳이 없고 좌우를 돌아보니 여덟 낭자 또한 간 곳이 없는지라. 놀라고 당황해하더니 높은 누대와 많은 집이 한순간에 없어지고, 향로에 불이 이미 꺼지고 지는 달이 창에 이미 지치었더라. 스스로 자기 몸을 보니 백팔염주가 손목에 걸렸고 머리를 만지니 깎은 머리털이 까칠까칠하였으니 완연히 소화상의 몸이지 대승상의 위의가 아니더라. 정신이 멍하여 오랜 후에 비로소 제 몸이 연화도장 성진 행자인 줄 알고 생각하니, 처음에 스승의 책망을 듣고 풍도로 가고 인간 세상에 환생하여 양 씨집의 아들이 되어 장원 급제 한림학사를 하고 출장입상하여 공을 이루고 벼슬에서 물러나 두 공주와 여섯 낭자와 같이 즐기던 것이 다 하룻밤 꿈이라. 마음으로 생각하되, ‘이 분명 사부께서 내 생각의 그릇됨을 알고 꿈을 꾸게 하여 인간 세상 부귀와 남녀 간 정욕이 다 허사인 줄 알게 함 이로다.’ 

“성진아 인간 세상 부귀를 겪으니 과연 어떠하더뇨?”

“네가 흥을 타고 갔다가 흥이 다하여 돌아왔으니 내 무슨 관여함이 있으리오? 네 또 말하되, 인간 세상에서 윤회하는 꿈을 꾸었다 하니 이것은 인간 세상의 꿈이 다르다 함이라. 네 아직 꿈을 온전히 깨지 못하였도다. 장자가 꿈에 나비 되었다가 나비가 다시 장자가 되니 무엇이 거짓이며 무엇이 진짜이지 분변하지 못 했다. 성진과 소유가 누가 꿈이며 누가 꿈이 아니뇨?”

제목

구운몽

저자

김만중

출판

민음사

 청구기호

PN6065.K8 .세141

 

영국 음식은 맛이 없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영국에 가서 음식을 직접 먹어 봤는데 정말 맛이 없었다. 싸구려 음식점도 아니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운영하는 호텔 요리인 데도 맛이 없었다. 옆에 앉아 있던 영국인이 내게 주방장 대신 사과하며, 영국에서 나는 재료는 훌륭하나 조리를 하고 나면 형편없어진다고 했다.

영국 음식이 맛이 없어진 데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한다. 크게 두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17세기 올리버 크롬웰이 청교도 혁명을 일으키고 영국을 통치했다. 그의 통치 사상에는 금욕주의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음식에 대한 욕망의 절제가 있었다고 한다. 다른 이유는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며 농촌에서 도시로 많은 사람들이 이주하였고 이들을 효율적으로 먹이기 위해서 다양한 요리법이 개발 되었다. 그래서, 통조림과 간편 식 등 값싸고 빠르게 많은 노동자들을 먹이기 위한 요리법이 발달했다. 영화 모던타임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보면 그들이 편하게 앉아 맛을 음미하며 식사를 할 여유가 없었을 듯 하다.

한 때 요리책을 사서 모은 적이 있다. 해외 출장을 가면 그 지역 요리책을 사서 와이프 선물이라고 사 들고 왔다. 학회는 보통 외국 호텔에서 하는데, 이태리나 프랑스 음식을 처음 맛보고 집에 가서 한번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이다. 호텔 음식을 식구들과 같이 사 먹을 수 없으니, 집에 돌아와서 장을 봐다가 레시피에 따라 음식을 만들어봤다. 이태리, 프랑스, 스페인, 그리고 멕시칸 음식도 만들어 봤지만, 영국 요리에 대해서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 했다.

음식은 인생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루에 세끼를 맛있게 먹으면 기분도 좋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치지 않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요리와 금융 경제에 대해서는 꼭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을 입학해서 자취를 시작하면 바로 부딪치는 문제가 세끼 밥을 어떻게 먹는가에 대한 것과 사기를 당하지 않고 좋은 자취방을 구하는 법, 아르바이트나 인턴을 할 때 임금을 제때 받고 저축하는 것 등이 아닐까?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는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줄리언 반스의 투덜대는 이야기이다.

제목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

저자

줄리언 반스

출판

다산책방

 청구기호

PR6052.A6657 .P43 2019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출판된 지 20년이 된 파격적인 제목의 책이다. 1990년대 일본 공교육의 문제점과 대학의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주입식 교육과 암기 위주 시험을 통해 도쿄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대학에서 폭 넓은 교양과 과학은 배우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며 문관고등시험등 공무원이 되는 꿈을 갖는 것을 보고 도쿄대 교수가 걱정을 하는 내용이다. 오래전에 나온 책인데 당시 대학 교육이 변하지 않으면 일본의 미래가 없다고 진단했다. 그 당시 학생들이 지금 일본의 40대가 되었다. 현재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살펴보며 우리 학생들의 교육에 위해 반면 교사를 삼기에 좋은 책이다.

대학생으로서 미래에 성공 가능성이 높은 학생은 개방적, 창조성, 정신적 자립을 이룰 수 있는 학생이다. 이해력이 빠르고 요령이 좋은 학생을 뽑는 입시 제도로는 이런 미래 성공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선발하기 어렵다. 좋은 입시 문제는 창의적인 사고력을 갖춘 학생을 위한 문제를 만드는 것이다. 암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다. 교육의 목적은 현 제도의 추종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비판하고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일본 교육은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고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없는 바보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한탄한다.

대학을 다닐 때 미래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지적 능력을 획득하고 키워야 한다. 대학은 교수가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학생은 그것을 외우는 곳이 아니다. 대학을 다니면서 꼭 몸에 익혀야 하는 것은 스스로 배우고 익히며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강의실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은 한정되어 있다. 대학생은 그 몇 배나 되는 지식을 스스로 습득해야 한다. 지식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고차원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쌓아야 한다. 이런 것은 대학에서 가르칠 수 없다. 최고의 교육은 자신을 스스로를 끊임없이 가르칠 수 있는 교육이다. 온라인 강의가 확대되는 시점에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키면서 어떤 방향으로 대학이 변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제목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

출판

청어람미디어

 청구기호

LB2322.2 .임95 2002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 배와 부딪치면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이라도 화를 내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 배는 빈 배이니까.

그러나 배 안에 사람이 있다면 그는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입니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칠 것이고 마침내는 욕을 하기 시작할 거예요.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거죠. 그러나 배가 비어 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겁니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나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나와 맞서거나 상처를 입히려 하지 않을 거예요.

평상심을 유지한 채 업무를 하고 주위에 모든 사람을 돕고 싶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화가 나는 일이 생긴다.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화부터 내는 사람을 안 보고 안 마주치고 살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반복해서 만나야 하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

장자의 빈 배에 대한 이야기 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인생의 보람과 행복은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을 찾기 위해 산사를 돌아 다니며 노스님들에게 질문을 하고 대답을 받아 적은 책이다. 스스로 찾는 것 만이 답이라고 한다. 남이 찾은 좋은 답을 많이 읽어 보자.

제목

인생을 낭비한 죄

저자

박원자

출판

김영사

 청구기호

BQ4055 .박66 2013

 

전염병의 세계사는 1976년에 쓰여진 책이다. 놀라운 통찰력을 가진 책이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 전염병이 세계 인구, 경제, 정치, 의료, 식량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쓴 책이다. 이 책이 쓰여질 당시에는 HIV나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출현하지도 않았지만, 저자는 인류의 전염병 역사 연구를 통해 신종 바이러스 전염병이 반복해서 인류 사회에 큰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정확하게 예측했다.

한때는 현대의학의 발달과 공중위생의 개선으로 인해 전염병이 더 이상 인류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못 할 것이라고 착각한 적도 있다. 항생물질, 백신의 개발, 공중보건제도의 개선 등으로 예전보다 전염병을 다루는게 용이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 숙주와 병원체 사이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무너뜨리는 변종 바이러스가 반복해서 출현하고 있다. 의학자들이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해 더 많은 무기를 개발할수록 병원체들도 끊임없는 돌연변이를 통해 처방에 내성을 키우거나, 예측하지 못 한 새로운 방법으로 인간의 면역 체계를 무너뜨린다. 항생제와 다양한 화학적 처방에 내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생물학적 진화가 촉진되고 있다.

숙주(인간)와 기생 생물(세균과 바이러스)의 오래된 균형은 생태계에 존재하는 모든 다세포 생물의 생명에 내재하는 본질적 특성이다. 마치, 인간이 집 주인이면 수 많은 세입자와 같이 사는 꼴이다. 집 주인과 세입자는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해를 끼치는 새로운 세입자가 집에 들지 않도록 계약을 맺었다. 집 주인은 영양성분과 피신처를 세입자에게 제공하고, 세입자는 면역 시스템을 자극하여 집주인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거나 인간에게 필요한 대사물질을 돌려준다.

하지만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와 세균은 끊임없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세계 각지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변종이 출현을 하는데, 우리는 이런 변화의 일부만을 알게 된다.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생산을 위해 생태계가 끊임 없이 파괴되고 빠른 항공여행의 확산을 통해 변종 바이러스는 인간이 면역력을 갖추기 전에 전세계로 퍼져 나간다.

장기적으로는 숙주와 기생체가 서로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생태적 균형이 이루어 진다. 치사율의 낮은 변종으로 변화되면서 많은 유행성 감염병이 풍토병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노약자, 기저질환자 들이 먼저 희생되고, 종종 젊은 청장년들도 일시적인 강한 면역 반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생긴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은 문화를 쇠퇴 시키고 경제력을 떨어뜨려 인구감소와 생산성 저하를 일으켰다. 도시적 생활양식, 그리고 강력한 군대와 관료제로 융성했던 로마제국도 전염병의 공격과 사회적 혼란을 통해 쇠락의 구렁텅이로 떨어졌다. 역사가들은 로마제국의 멸망 과정에 전염병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평가한다.

이번 사태 이후 세계는 어떻게 변화할까? 좀 더 엄격한 국제적인 격리검역체계가 채택되고 세계 인구는 새롭게 만들어질 행동양식을 따를 것을 요구 받을 것이다. 지금까지 보다 더 빠르고 신속한 전염병 대응 체계가 만들어지고 진단 시약 및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투자와 연구가 늘게 될 것이다. 세계 경제에 큰 힘을 쥐고 흔들던 국가의 경제 시스템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인간은 지금까지 창의력과 지식의 축적을 통해 새로운 대응전략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적응해 왔다. 하지만, 새로운 전염병이 인간 생활에 미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기생 생물의 침입에 인류가 취약한 존재라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시스템 개선에 큰 변수로 반영하는게 필요하다.

제목

전염병의 세계사

저자

윌리엄 H. 맥닐

출판

이산

 청구기호

RA649 .M3 2005

 

대학원에 입학한 학생에게 속성으로 글쓰기를 잘 할 수 있게 해줄 만한 책이 있을까요? 그런 책은 없다고 대답하려 하다가, 이 책을 추천합니다.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 2003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여전히 좋은 글쓰기에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글 잘 쓰는 사람이 성공한다. 읽는 사람을 고려한 글쓰기가 필요하다. 논리적인 틀이 있는 글을 써야 한다. 간결하고 명확하게 쓰는 실전 팁 등을 제공 합니다. 이공계 사람들은 매뉴얼을 좋아하는데, 마치 글쓰기 책이 매뉴얼처럼 되어 있습니다.

논리적인 틀이 있는 글쓰기를 위한 주제를 명확하게 하는 글 쓰는 방법. 효과적인 논리 배열을 위한 글쓰기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복잡한 연결 대신 1문장 1개념의 원칙. 완결되는 문장 형태를 사용하기 등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글쓰기에 쉽게 적용할 만한 개념 등을 제공합니다.

이 책에서 시키는대로 연습을 하면 글 쓰기가 금방이라도 늘 것 같습니다.

제목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

저자

임재춘

출판

북코리아

 청구기호

PE1475 .임73 2003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좋은 소설을 더 많이 읽고 싶다. 소설을 읽으면, 다른 문학장르에서 느낄 수 없는 그 어떤 ‘마음의 힘’이 생긴다. 작가의 글에서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다. 살아가는데 힘을 받는다. 고뇌와 행복을 겪는 주인공에게 나 자신을 대입해 보며,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상상하게 된다.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는 글의 힘이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엄청난 세계관이나 미스테리 어드벤처가 있는 소설은 아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세밀한 심리 묘사와 훌륭한 문장으로 인해 글 속에 빠져들어 읽게 된다. 마치 정신없이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밤을 새 버린 느낌이다.

훌륭한 문장과 짜임새 있는 소설은 무엇인지 경험해 보고 싶은 이에게 추천한다. 보통 세계 명작들은 다른 작품과는 다른 특별한 점이 있는 것들이 많다. 역사, 윤리, 철학 등 인간을 향한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책들도 있다. 그러나 소설 스토너는 그 어떤 무거운 메시지가 없다. 문학을 좋아해서 공부를 하다 보니 박사까지 하고, 대학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가르치며 일생을 보낸 스토너라는 사람의 이야기 이다. 그런데도 책을 들면 끝까지 읽는 동안 덮을 수 없다.

좋은 글은 어떤 것인지 경험 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 읽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를 문장의 힘으로 완성시킨 소설이다. 좋은 글 쓰기를 배울 수 있는 것은 덤.

제목

스토너

저자

존 윌리엄스

출판

알에이치코리아

 청구기호

PS3545.I5286 .S7 2015

 

은행 상품은 리스크 수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큰 수익을 얻도록 설계 되어 있다. 그런데 수익이 높은 리스크에는 반드시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포함되어 있다. 일이 잘못되어 손실이 초래될 경우 사회에 미칠 엄청난 파장을 고려해 은행은 이런 리스크를 감수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금융 시스템의 보상 구조 특성 때문에 은행 경영진은 단기 수익에 집착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더 높은 수익을 위해 은행 경영진들은 반복적으로 위험한 행동을 한다. 한 두개의 은행이 아니라 금융계는 조직적으로 리스크 감수 행동에 뛰어 든다. 그와 같은 집단 행동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피해는 커진다.

리스크 감수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금융계에 있다. 금융 종사자에게 부여되는 왜곡된 인센티브 제도가 반복적인 위기를 만들어 낸다. 이런 위기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모아놓은 돈이 부족하지만 누구나 대출을 통해 부동산에 잘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유권자들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되면 정치권은 주택 금융을 확대한다. 정치적 압력을 통해 금융 산업의 대출 분야가 크게 확대 된다. 가계 대출 확대를 통한 주택 보유율 증대는 잠시 소득 불평등 문제가 해결 되고 있다는 착각을 심어준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가계부채를 늘릴 수 있도록 금융기관과 담보대출 업체 설립을 부추긴다. 이런 기관 들이 주택 시장 붕괴의 비극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전락한다.

처음 가계 대출 확대 도입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저소득층과 중산층도 가계 대출을 이용해서 자가 주택을 보유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도한 결과가 항상 나오지 않는다. 규모가 작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급속도로 확대된 가계 대출의 규모는 곧 악몽으로 변해 버린다. 그 결과 주택 가격이 왜곡 되고 수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투기판에 뛰어 든다. 처음에는 위험을 감수한 만큼 높은 수익이 돌아온다. 초기에는 대출금 상환 부도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집값 오름세가 멈추게 되면 대출금 상환 부도가 홍수를 이루게 되고, 그 때서야 무엇이 크게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집값은 폭락한다. 대출금 상환 부도로 입은 금융기관의 손실이 엄청나 결국은 납세자들의 부담이 된다.

정치인들의 대출확대 정책과 빛 내서 집을 사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역사를 통해 이런 비극은 반복되어 일어났다. 똑 같은 일들이 지난 100년간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많이 닮았다. 라임 사태와 황당한 아파트 가격 상승 등을 보면 동일한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 왜? 사람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의 역사를 공부하고 유권자로서 같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올바른 경제 정책을 입안 할 수 있도록 유권자로서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 대규모 감세 정책을 시행한다거나, 무리하게 가계대출을 올리는 정책, 그리고,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책 등이 다양한 국가의 경제 전반에 미친 영향 등을 공부하는게 필요하다. 폴트라인은 역사를 통해 경제에 벌어진 일들을 설명하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잘 설명해 준다.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쓴 책이다.

제목

폴트라인

저자

라구람 G. 라잔

출판

에코리브르

 청구기호

HC110.I5 .R3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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