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반기업 인문학
한국 사회에 인문학이 유행한다는 말이 나온 지가 거의 15년이 다 되어간다. 15년이면 상당한 사회변화가 일어나고도 남을 만한 시간이다. 인문주의란 ‘전복적 도전’과 거의 동의어다. 인문학적 사고는 반성, 회의, 비판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 15년 동안 비판적 사유와 지성이 사회적으로 제고(提高)되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반대의 징후는 많다. 사회에는 인문학이 유행한다는데, 사회는 이상하게 점점 보수화되어왔다. 2016년 촛불혁명 이후 한국 사회가 이 굴레에서 잠시 벗어난 듯 보이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보수화되어왔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다. 더 이상한 것은 사회에서는 인문학이 유행이라는데, 대학에서는 인문학이 다 죽어간다는 사실이다.
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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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박민영 |
분야 |
인문 |
출판 |
인물과사상사(2018.5) |
청구기호 |
<책 소개>
“기업을 위한 인문학, 자본을 위한 인문학”
인문학은 기본적으로 반성적 학문이다. 본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지식과 제도문물을 탐구의 대상으로 삼아 질문하고 비판하는 학문이다. 자유로운 성찰과 탐구, 비판과 질문이 인문학의 건강성을 유지시켜준다. 예를 들어 철학은 윤리학, 인식론, 논리학 등의 분과를 갖고 있다. 윤리학은 ‘도덕이란 무엇인가’, ‘A는 도덕적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 같은 것을 따진다. 인식론은 사물이 우리에게 인식되는 과정을 탐구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인식한 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기도 한다. 말하자면,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학문이다. 역사학이나 사회학도 반성적이다. 역사학은 인류나 민족, 국가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학문이고, 사회학 역시 인간 사회와 인간의 사회적 행위를 돌아보는 학문이다. 이런 반성적 학문들은 인간의 지성과 학문의 발달, 사회와 역사의 진보에서 꼭 필요하다 ... < 더보기 >
<출판사 서평>
기업 인문학은 기업의 이익과 자기계발에 복무하는 인문학이다. 다시 말해 하나의 수단, 즉 생존, 출세, 성공, 경제적 이익에 복무한다. 대표적인 게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인문학’이다. 2011년 3월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2 제품 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입니다. 애플은 언제나 이 둘이 만나는 지점에 존재해왔지요. 우리가 아이패드를 만든 것은 애플이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갈림길에서 고민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사람들은 기술을 따라잡으려 애썼지만 사실은 반대로 기술이 사람을 찾아와야 합니다.” 애플의 상업적 성공이 인문학과 기술의 결합에 있었다는 고백이다. 그렇게 ‘아이폰 인문학’이 탄생했고, ‘아이폰 인문학’은 기업 인문학의 전범이 되었다.
스티브 잡스로 대변되는 ‘융합형 인재’는 박학다식한 사람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지식을 이용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이윤을 올리는 인재다. 즉, ‘자본 증식에 기여하는 인간’, 거기에 융합형 인재의 핵심이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은 과학기술과의 결합, 그중에서도 IT와의 결합에서 큰 파괴력을 갖는다. 마크 저커버그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연결한다’는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페이스북을 개발했다고 한다. 그러나 IT와 인문학의 결합이 경제적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문적 소양이 높으면 경제적으로 성공하기 힘들 수도 있다.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플랫폼 기업들의 성공은 인문학적 상상력 때문이라기보다는 시장 독과점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정치적 역량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 < 더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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