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 호텔 (동아)
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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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아니 에르노 |
분야 |
에세이 |
출판 |
문학동네 (22.03) |
청구기호 |
<책 소개>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아니 에르노
생존 작가 최초로 편입된 갈리마르 총서에서 엄선한 빛나는 정수
진실의 주변을 맴도는
이미지와 사건, 기억과 상상력의 콜라주
현대 프랑스 문학의 대표작가이자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명되는 아니 에르노의 2020년 출간작 『카사노바 호텔』은 갈리마르 총서에 포함된 『삶을 쓰다』 중에서 작가의 주제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난 정수를 추린 선집이다. 갈리마르 총서는 프랑스 문학의 대들보 격인 거장들의 작품을 묶어 내놓는 시리즈로, 생존 작가가 편입되는 경우는 드물며 에르노가 최초라는 점에서 그가 프랑스 문학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열두 편의 글은 장르와 성격이 매우 다채롭다. 대표작 『단순한 열정』을 연상시키는 센슈얼한 열정을 다룬 자전적 에세이 「카사노바 호텔」부터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죽음에 깊은 경의를 표하는 「슬픔」, 문학은 현실에 깊숙이 맞닿아 있어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문학과 정치」, 에르노 특유의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단편소설 「축하연」까지, 『카사노바 호텔』 한 권으로 작품세계의 중요한 면면을 살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 개인의 사건과 상상력이 한데 모여 한 세대의 집단기억으로 승화하는 놀라운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걸작이다.
<출판사 서평>
어머니의 모습을 지우자면 죽도록 섹스해야 했다
카사노바 호텔과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이 어렴풋이 겹쳐졌다……
표제작 「카사노바 호텔」은 에르노가 평생에 걸쳐 천착한 주제인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문제를 압축적으로 다루는 수작으로, 『단순한 열정』 『집착』 『탐닉』과 궤를 함께한다. 작품은 에르노가 1980년대의 영수증 더미에서 P의 편지를 발견하며 시작된다. P가 에르노에게 남긴 유일한 물건인 정액으로 얼룩진 편지는 에르노의 어머니가 중증 정신질환에 걸려 입원했던 당시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하루아침에 용변도 가리지 못하는 노인이 되어버린 어머니를 지켜보다가 에르노는 충격으로 멍한 상태에 빠진다.
그러다 마침 업무상 만난 P와 오페라대로 근처의 ‘카사노바 호텔’로 향한다. 아픈 어머니를 문병하러 가서 앞뒤가 맞지 않는 헛소리를 하는 모습을 울면서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어떻게든 현실을 잊고 싶었기 때문이다. “창녀를 불러주는 호텔, 기껏해야 러브호텔, 그가 창녀들과 이미 들렀으리라 의심되는 장소”-그곳이 카사노바 호텔이었다.
어머니의 병이 나날이 심해지던 그해 봄, 에르노는 P와 카사노바 호텔에서 대실한 한 시간 동안 탐욕스럽게, 미친듯이 섹스했다. 빠르게 쇠퇴해가는 어머니의 몸, 배설물로 더러워진 속옷의 기억을 견디고 홀로 죽음에 다가가고 있는 어머니의 고독을 잠깐이라도 잊어버리려면 “죽도록 섹스하기” 말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후로도 P와 여러 번 만났지만 언제 어떻게 그 만남이 끝났는지 에르노는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한 거부감이 사그라졌고, 어머니의 쪼그라든 몸을 받아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오페라역 승강장 맞은편에 서 있는 P를 알아본다. 머리가 하얗게 센 모습이었다. 에르노는 그를 통해 “육체적 사랑의 가없음과 불가해함을, 그 연민의 층위를 느꼈다”고 쓴다. “몸짓 하나하나에, 그리고 포옹 하나하나에, 결코 서로 만날 일 없을 남자와 여자를 결합시키는 비가시적 물질처럼 그와 카사노바 호텔에는 뭔가가 있었다.” (17쪽)...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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