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세대The Greatest Generation은 미국 대공황 시대와 2차 세계대전을 참전한 세대의 이야기 이다. 이들은 가장 혹독한 시간을 겪었으며 전쟁에 참전하고 돌아와 강한 미국을 만드는데 기여한 세대이다. 미국 NBC 뉴스 기자이며 앵커인 탐 브로코가 많은 미국 참전 용사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지은 책이며 오랫동안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은 책의 저자 탐 브로코가 진행하는 NBC Nightly News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군복무를 하고 참전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일상에 돌아와서 적응하고 자신의 인생을 살았는지 잘 알려주는 영화가 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에서 밀러 대위(톰 행크스)가 죽어가면서 라이언 일병(맷 데이먼)의 귀에 속삭인다.
“Earn this” 번역하면 ‘우리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값진 삶을 살아라. 보람 있는 삶을 살아라. 의미 있는 삶을 살아라”로 해석 할 수 있다. 이 대사를 귀담아 듣지 않거나 올바르게 해석하지 못 하면,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스토리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한 명을 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해야 했을까? 영화 마지막에 노인이 된 라이언 일병이 밀러 대위의 묘비 앞에 울며 얘기한다.
I’ve tried. Tried to live my life the best I could. I hope that’s enough. I didn’t invent anything. I didn’t cure any diseases. I worked a farm. I raised a family. I lived a life. I only hope, in your eyes at least, I earned what you did for me.
엄청난 일을 대단한 일을 하진 못 했지만 한 인간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았어요. 밀러 대위님과 나를 구하러 온 분들이 치른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TV 시리즈로 만들어진 밴드 오브 브라더스The Band of Brothers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작가 스티븐 앰브로즈가 원작에서 밝혔듯이 이 책에서 영웅담을 담기 위해 전쟁을 미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쟁의 비참함, 반인륜적 행위, 의미 없는 죽음 등을 과장 없이 보여 주며 전쟁에 대한 본질적인 회의를 보여 주었다. 전투를 치르며 미군을 우상화 하지도 않았고, 독일군을 오합지졸로 보여주지 않는다. 특히 독일 장군이 미군에 항복하면서 포로가 된 독일군인들에게 하는 연설이 감동적이다. "제군들, 길고 힘든 전쟁이었다. 그대들은 조국을 위해 용감히, 훌륭히 싸웠다. 각별한 유대로, 똘똘 뭉친 그대들, 전장에만 존재하는, 전우애로, 참호를 나눠 쓰고, 서로를 지켜주며,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그대들과 함께 해서 무척 자랑스럽다. 오래도록 평온하게 살길 바란다.” 미군의 영웅담을 담은 영화를 만들면서 패배한 독일군을 멋있게 그리다니, 작가가 대단하다.
이렇게 전쟁을 치르고 사회에 복귀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나이에 비해 일찍 철이 들었다. 고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고 세상에 뛰어 들었다. 미국은 제대 군인 원호법을 만들어 원하는 젊은이들에게 무료로 대학교육을 제공했다. 이 책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미국을 20세기에 강한 나라로 발전시키는데 기여했는지 잘 보여준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에게 이 책 읽기를 권한다.
제목
위대한 세대
저자
탐 브로코
출판
문예당
청구기호
D811.A2 .B746 2000
일본에서 파견 생활을 오랫동안 경험한 교사 부부가 쓴 책이다. 책 제목이 일본에서 본 것과 들은 것이 아니라 왜 냄새라고 했을까 궁금했다. 냄새는 가서 직접 맡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냄새는 복잡한 화학 물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똑 같이 재현하기 어렵다. 사진이나 영상, 서적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일본 이야기와는 차별화 시키기 위해 책 제목에 냄새라는 단어를 쓴 듯 하다. 그렇다면 일본의 향기는? 아마도 좋은 냄새와 나쁜 냄새가 뒤 섞여 있었을 테니 향기는 좀 그렇다.
우리 주변국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다룬 책들을 자주 찾아 읽는다.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이들의 역사와 문화, 경제 등은 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웃의 문화를 수입해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이들이 먼저 겪은 어려움을 파악해서 대비 할 수도 있다. 90년 대에 미국에 유학을 할 때 일본에서 온 친구들을 보면서 궁금한 게 있었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하고 출산에 대해서도 별 계획이 없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버블 경제 이후에 경제 침체 시기 였다. 2010년쯤 되어 다시 생각 해 보니 우리나라의 젊은 층도 비슷한 생각을 갖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일본과 우리나라가 겪는 경제 침체, 저성장, 부동산 버블, 고용 감소 등이 젊은이들의 생각의 변화에 원인이 된 듯 하다. 그래서 일본에서 벌어진 경제 사회적 변화에 대해서 자세히 알면 우리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고 극복을 위한 반면 교사로 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일본인들의 집단주의에 대해 서술한 책들이 많다. 저자가 직접 일본에서 살아보고 일본사람들을 겪어보며 알게 된 것들을 잘 정리하였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스포츠 경기를 보다 보면 심판 판정에 불복종 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불만스러운 태도를 조금이라도 보이면 제멋대로의 인간, 유치한 사람으로 보여 사회적으로 매장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오심이 있었다 해도 이러쿵저러쿵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스포츠 경기 중 심판에게 격렬히 항의하는 모습을 보면 일본사람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이게 불낙이야 (허재) 일본에 살다 보면 고급수입차를 보기 어렵다고 한다. 수입관세도 없는데 왜 눈에 띄지않을까 살펴보니, 수입차의 주차를 거절하는 주차장이 대부분이라는 설명을 듣고 이해가 되었다. 튀는 사람에게 집단으로 이지매를 하는 분위기가 수입차규제가 된 것이다.
야마모토 이소로쿠라는 해군 장성을 일본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그는 2차세계 대전 중 태평양 함대 사령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가 미국에서 유학을 하는 시기에 미국의 생산력과 국가 잠재력을 잘 알았기 때문에 전쟁을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다수가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같은 배를 탄 나의 길은 내 뜻을 꺾고 함께 가야 한다’고 말하고, 전쟁이 시작되자 진주만 기습, 미드웨이 해전 등을 기획하고 이끌기도 한 인물이다. 영화 ‘미드웨이 해전’이나 ‘도라도라도라’를 보면 미국 측 해군 사령관 니미츠 제독과 맞서는 인물로 묘사된다.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일본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남긴 ‘남자의 수행’이란 말 때문이라고 한다. ‘해 보이고, 말해보고, 하도록 해 보고, 칭찬하지 않으면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 하고 있는 모습을 고마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신뢰하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않는다. 괴로울 때도 있을 것이다. 말로 토로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불만도 있을 것이다. 화가 치밀 때도 있을 것이다. 눈물이 날 때도 있을 것이다. 이것들을 꾹 누르고 나아가는 것이 남자의 수행인 것이다.’ 일본사람들의 모습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열도침몰이라는 책이 있긴 하지만, 우리의 옆에 계속해서 일본은 존재할 것이다. 일본 사람과 그들의 생각에 대해 잘 알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해 우리 국민들이 일본 상품과 관광에 대해 새로운 인식awareness을 갖게 되었다. 만약 우리 국민들이 다시 일본에 관광을 가게 된다면, 관람 코스에 교토의 망간 탄광, 야마구치 우베시의 해저터널, 후쿠오카의 체철소, 교토의 우토로 비행장 등을 넣었으면 한다. 조선의 강제 징용 노동자들이 건설한 곳이다.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고 한다. 포스텍 도서관 3층 역사책 코너에 있다.
제목
250가지 일본의 냄새
저자
김영길, 이향란
출판
북랩
청구기호
DS821 .김64 2018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이다. The art and science of aging well은 좋은 책이다. 노인 의학 전문가 마크 윌리엄스 교수가 오랜 시간 동안의 임상경험과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품격Dignity있게 나이 들기에는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 할 수 있는 건강 유지와 행복한 관계 등이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살아가는 매 순간은 모두 소중하고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이것을 인정하고 나면 삶을 더욱 생산적으로 만들 수 있고, 나이 듦에 상관없이 개인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나이 들어 성숙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삶의 의미를 부여해주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개인이나 조직, 국가에 대한 봉사, 사회적, 지적, 창조적 과업을 수행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나이 듦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우울함의 원인이 된다. 나이가 들어도 사랑, 우정, 연민을 통해 주변의 다양한 나이대의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가치 있게 여기고 그 삶을 향상시키는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다.
우리 몸을 이루는 단백질과 세포는 나이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러운 노화과정을 겪는다. 단백질 효소의 기능은 점차 떨어지고 세포는 산화 스트레스에 점차 취약 해진다. 이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면 육체의 노화가 진행된다. 이 과정 중에 세포 내에 체크 포인트 단백질 들은 과도한 산화 스트레스를 감지하면 세포를 더 이상 성장시키지 않고 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하지만, p53같은 체크 포인트 단백질들이 노화를 받아 들이지 않고 세포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고 몸부림치면 세포는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서 탈출해 젊음이 넘치는 불멸의 세포가 된다. 이것이 바로 암세포 이다. 몸이 자연스러운 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악성 암세포가 생긴다니 아이러니하다.
나이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노화 보다는 질병이 사람의 기능을 제한하고 피폐하게 한다. 노화를 성장의 한 과정이자 운명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신체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면 그 사람이 쇠퇴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수면에 돌을 던졌을 때 생기는 잔물결을 마음속에 그려보자. 파장이 동심원을 그리며 넓게 퍼져나가면서 물결의 폭은 점점 줄어든다. 이를 두 가지 관점에서 해석 가능하다. 하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줄어들어 가는 폭에 비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더 넓어지는 동심원에 비유하는 것이다. 실제로 나이가 들면 기억력은 떨어지지만 이해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좋은 책이지만 한글판 책 제목 ‘늙어감의 기술’은 마음에 안 든다. ‘늙어감’도 ‘기술’이라는 단어도 그렇다. Aging well이라는 표현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이 들기로 표현할 수 있다. Art and Science는 그대로 번역하면 예술과 과학이다. 대학원을 다닐 때 자주 듣던 말이다. 실험을 하려거든 예술을 하지 말고 과학을 해라. ‘예술’은 혼신의 힘을 기울여 멋지게 해내는 것이다. 할 때마다 결과가 조금씩 달라도 된다. 찍어 내듯이 똑 같은 결과는 예술이 될 수 없다. 그에 반해 ‘기술’은 정확하게 똑 같은 결과를 할 때마다 반복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기저에 있는 원리를 명확히 알 수 없을 때도 매뉴얼을 따라 하면 된다. ‘과학’은 정확한 결과를 정밀하게 만들어 내는 것을 추구하고, 왜 결과가 나왔는지 오차의 원인은 무엇인지까지 설명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내가 책 제목을 지었다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것의 예술과 과학’이라 지었을 것이다.
영화 '은교'의 명대사가 생각 난다.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그렇다 나이 들어가는 것은 형벌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성장의 단계이다. 다만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다양한 창조적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의 성장의 기회를 발견하며, 낙관적이고 즐겁게 자신의 노화를 마주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제목
늙어감의 기술
저자
마크 E. 윌리엄스
출판
현암사
청구기호
BF724.55.A35 .W6155 2017
가난한 경제학Poor economics는 2019년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MIT의 아비지트 배너지와 에스테르 위플로 교수가 2012년에 펴낸 책이다. 이 들의 꾸준한 빈곤퇴치 노력이 노벨상 수상의 근거가 되었다. 많은 경제 학자들이 입안한 정책이 실패할 때 이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실질적이며 적극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그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글판 책 제목은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이다. 보통은 가난의 경제학Economics of poverty라는 책이 많은데, 왜 저자들은 책 제목을 이렇게 지었을까 궁금해 하며 책을 집어 들었다.
책 제목은 중의적 표현이다. 빈곤을 퇴치하려는 다양한 거시경제학 시도가 실패했기 때문에 가난의 경제학이 실패한poor 경제학이란 제목을 지었다. 한글판에서는 책 내용을 좀 더 반영해서 가난한 사람들도 자신의 환경에서 최선의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결정들이 결국 가난을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렇게 지었다고 한다.
저축은 빈곤을 벗어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소비를 더 자주 할 수 밖에 없다. 생필품의 구입은 당연하고 사치품이라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 주는 물건에 쉽게 지갑을 열게 된다. 저축을 통해 미래에 얻을 수 있는 리턴은 멀리 있고 불확실하지만 오늘의 행복감을 포기하기 어렵다.
빈민 지역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을 조사한 통계에서 보면, 뚜렷한 패턴이 있었다. 그들은 진단은 적게 하고 치료는 과다하게 했다. 아무래도 가난한 사람은 병원에 방문하면 약품 등의 실질적인 혜택을 더 중요하게 느낀다. 질병은 예방이 중요한데, 이런 식의 약물 처방과 과다 진료는 득보다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부자들은 예방 의료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의사를 방문해서 약을 처방 받을 때도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물건이 아니라 진료 과정의 컨설팅에 돈을 지불할 의향을 보인다.
누구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대한 투자는 교육, 의료, 건강, 재난 대비 등을 포함한다. 빈곤퇴치에 교육과 예방 의료의 중요성은 쉽게 이해가 간다. 빈곤은 후진국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20년간 매달 갚아나가야 하는 큰 주택 융자금이 있는 사람이 건강을 잃고 몇 달간 소득을 올리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자.
정보의 불균형이 큰 차이를 만든다. 지금 우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작년에 우리은행에서 독일 국채 파생상품을 불완전 판매한 일이 있다. 원금 손실이 90퍼센트가 넘어 1억원을 투자한 사람들이 천만원도 못 가져간 경우가 허다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부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듣고 깜짝 놀랐다. 투자자의 인터뷰를 들어보니 20년 동안 모은 전 재산이 1억원 인데, 미인의 은행PB가 웃는 얼굴로 좋은 상품이라고 권유하며 치약 수건 등의 선물을 주면서 이자율이 낮은 저축 예금에서 이자율이 높은 채권 파생 상품으로 갈아 타라고 상품 가입을 권유 했다고 한다. 아주 작은 글씨로 투자 보고서에 독일 국채 채권 상품은 고위험 상품에 속해 있다고 써 있었지만, 설명을 하지도 않고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에 부자들은 자본에 여유가 있으므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저 위험 상품부터 고 위험 상품까지 분산투자를 한다. 그리고, 생활 자금에 여력이 있으므로 투자금을 바로 회수하기 보다는 기대수익을 거둘 때까지 장기적인 가치투자를 할 수 있어서 위험에 덜 노출 된다.
빈곤과 가난의 퇴치는 국가와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중요한 문제이다. 경제가 저성장에 빠져들면 그 고통은 모든 구성원이 나눠지게 된다. 실리콘밸리가 막 성장하던 시기에 소득의 양극화가 도시 성장을 가로 막았다. IT인력이 막대한 수입을 올리게 되자 도시의 주택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도시의 필수 인력인 청소원, 경비원, 택배 배달원, 음식점 종업원 등이 비싼 주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시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그러자 도시의 기능은 서서히 마비가 되었고, 부자들이나 정책입안자들은 주택가격의 상승과 소득의 양극화가 지속 가능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저자들은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든 정책이 빈곤 퇴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정책이 의도된 데로 실행되려면 그에 따른 계몽과 교육, 보조금을 통한 환경 개선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포스텍 도서관의 구조는 동그랗게 되어 있다. 빙 돌아가면서 역사, 철학, 사회, 경제, 문화, 언어, 예술, 소설 등이 있다. 직선으로 서가가 배열된 도서관에 비해 산책하듯이 쉽게 책을 고를 수 있는 구조다. 포스테키안들이 더 자주 도서관을 찾으면 좋겠다.
*독후감을 쓰는 방법은 다양하다. 책 내용을 정리할 수 도 있고, 자신만의 느낌을 전달 할 수 도 있다. 나는 친구들을 위해 책 내용을 서머리 하기 보다는 spoiler없이 내 느낌을 전달하고 싶다. ‘이 책은 한번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성공이다.
제목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저자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
출판
생각연구소
청구기호
HC59.7 .B323 2012
식구는 가족을 부르는 말이다.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병두(조인성)가 밥을 먹으며 동생들에게 한마디 한다. "아야, 형이 하나 묻자. 식구가 머여? 식구가 먼 뜻이여? 식구란 건 말이여. 같이 밥 먹는 입구녁이여. 입구녁 하나 둘 서이 너이 다써 여써 나까지 일곱. 이것이 다 한 입구녁이여. 알겄냐? 그면 저 혼자 따로 밥 먹겠다는 놈은 머여. 그건 식구가 아니고 호로새끼여. 그냐 안 그냐?" 다양한 문화권에서 같이 밥 먹는 사람을 식구라고 부른다.
음식은 단순히 먹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음식을 먹으며 사회적인 인간관계를 맺는다. 한 개인이 가장 필요한 것을 충족하는 행위가 바로 공동체를 만드는 방법이 된다. 가족, 충성 서약, 봉건제도부터 근대에 이르기 까지 음식은 소통과 교감의 수단이 되었다. 음식은 지위와 관계를 형성하게 해 준다.
인도 사람과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바닥에 앉아 식사를 한다.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은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한다. 바닥에 앉아 먹는 것과 식탁에 앉아 먹는 것은 무엇이 다를까? 바닥에 앉아 식사하는 사람들은 보통 한 그릇에 담긴 음식을 나눠 먹는다, 반면에 식탁에 앉아 먹는 사람들은 개인 접시에 음식을 담아 먹는다고 한다. 전자는 집단적이고 후자는 개인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 동네 식당을 방문하면 바닥에 앉아 먹는 좌식 테이블을 치우고 의자에 앉아 먹는 입식 테이블로 바꾸는 식당이 늘어난 것을 발견한다.
어느 나라 음식이 맛있느냐? 어느 나라 술이 맛이 있느냐? 이런 질문을 누가 내게 하면 웃어 넘긴다. 그런 건 없다고 대답한다. 맛 있게 만들면 맛있고, 맛 없게 만들면 맛이 없다. 많은 나라의 다양한 음식에서 공통점을 자주 발견한다. 독일의 슈바인 학센을 처음 먹어보고, 어! 이거 바비큐 족발이랑 맛이 똑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지 비슷한 음식을 발견할 수 있다. 납작한 빵에 고기를 싸 먹는 음식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먹어본 바비큐 타코, 이태원에서 먹어본 케밥, 중국에서 먹어본 전병에 싼 베이징 카오야, 지구촌 어디를 가더라도 비슷한 음식을 찾을 수 있다. 음식 문화가 여러 나라로 전달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비슷한 방식의 요리법을 자연 발생적으로 습득했다고 볼 수 있다. 고기에서 기름과 국물이 뚝뚝 떨어지니 납작한 빵에 싸서 깔끔하게 먹었을 수도 있고, 단백질과 잘 어울리는 탄수화물을 같이 곁들여 먹어보니 좋아서 지구촌 구석구석 공통의 음식 문화로 자리를 잡았을 수도 있겠다.
책 You and I eat the same은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 보고 기원을 살펴본 작가가 우리에게 먹을 것 이상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당신과 나는 같은 것을 먹는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생각보다 매우 가까운 존재들이다. 전혀 다른 문화권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맛있는 음식을 좋아한다. 음식이 세상의 모든 질병을 치유할 수 없지만, 음식을 통해 우리는 건강을 지키고, 치유를 시작할 수 있다. 함께 좋은 음식을 나눌 수 있다면, 대화를 나누며 심각한 일도 같이 풀 수 있다.
제목
음식의 말
저자
레네 레제피, 크리스 잉
출판
윌북
청구기호
GT2850 .Y68 2019
인간 행동의 많은 부분이 유전자에 의해 영향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 행동과 그 결과가 유전자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 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통해 판단하고 행동한다. 인간은 유전자의 노예가 아니다. 저자들은 우익 보수주의 생물학결정론자들이 지금까지 쌓아 올린 성차별, 인종차별, 지능 차별 사회를 깨 부수려 작정하고 이 책을 썼다. 우리가 믿는 우리의 능력은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 우리의 능력은 교육과 사회적 관계를 통해 얻어 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많은 사람들은 유전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고 평등하다. 유전적 다양성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핵심요소이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는 유전자에 따른 인종, 성별, 피부색 의 차이가 있고, 이에 따라 사람들의 능력과 지능의 차이가 있다는 주장을 하는 가짜 과학, 나쁜 과학에 세뇌 당해 왔다. 예를 들어 부모들이 어떤 방법으로든 그들의 사회 권력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은 명백하다. 대기업 오너의 자식은 기업을 물려 받아 기업가가 되는 경향성이 있고, 저임금 노동자의 아이들은 은행에 빛을 지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경향성이 높다.
어느 정도 사회적 위치의 이동은 존재하지만, 부모와 아이의 사회적 지위 사이의 상관관계는 높다. 이런 관찰을 바탕으로 부모의 지능이 아이들에게 유전된다고 잘 못 믿게 되었다. 하지만,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질 높은 교육과 공정한 기회의 제공이 활발한 사회적 이동을 만들어 내고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밝혀졌다.
유전은 사회적인 것과 생물학 적인 것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다. 각 개인이 동등한 기회를 갖는 사회Equal opportunity society에서는 생물학결정론자들이 믿듯이 사회적 위치의 대 물림이 잘 관찰 되지 않는다. 우생학 연구자들이 만들어낸 미신에 갇혀 오랜 기간 동안 사람들은 유전자 환원주의와 생물학결정론을 사실인양 받아들여 왔다. 최근에 미국에서 높은 SAT score를 갖는 사람들의 DNA sequencing연구 사례를 살펴보면 공부 잘하고 지능이 높은 사람들을 위한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있다면, 엉덩이에 땀이 덜 차게 하는 유전자가 있어서, 땀띠 없이 오랜 시간 동안 공부를 하게 하는 유전자가 존재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은 없다.
오랜 기간 동안 사람들은 범죄자들의 유전자를 조사하기도 하고, 우수한 운동선수들의 유전자를 조사 하기도 했다. 이들의 정신적, 도덕적, 육체적 특징들을 발견하면, 그것을 치료하거나, 유전적 조작을 통해 우생학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유전적 특징이 뚜렷한 질병이나 특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이들의 유전적 특징이 단지 몇 개의 유전자에 몰려 있는게 아니라, 유전자 전체(게놈)에 골 고루 흩어져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른바 옴니제닉Omnigenic 모델이다.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와 더불어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 ‘완벽에 대한 반론’도 함께 읽기를 권한다. 20세기 무수한 잘 못된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람들이 유전자 조작에 의한 우생학 시도를 하고 있다. 크리스퍼 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 조작이 더욱 수월해졌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책을 통해 명백한 윤리적인 결함에도 일단의 과학자들이 잘 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철학과 윤리가 없는 과학의 미래는 없다.
*The omnigenic model of the genetics of complex traits posits that human gene regulatory networks are so interconnected that thousands of individual genes contribute at least slightly to the phenotype through expression in relevant cells.
제목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
저자
스티븐 로우즈, R.C 르원틴 , 레온 J. 카민
출판
한울아카데미
청구기호
BF341 .L49 1993
소유한 물건이 많을수록, 우리는 정말 행복할까? 새롭고 신기한 물건들을 사서 모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을 소유하고 나면 시간이 흐른 후에 왜 싫증이 나고, 슬그머니 또 다른 것을 사려는 욕망이 드는 것일까? 덧없는 소유욕구에서 벗어 나면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다. 물건의 소유 보다 체험의 소유가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해준다. 새로운 것을 사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집착에서 벋어나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경험, 가족과의 더 많은 시간, 새로운 인간관계의 구축에 시간을 쓸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물질을 통한 서열 경쟁과 지위 불안으로 고통받고 있다. 우리가 마음에 두고 있는 물건을 그토록 소유하길 원하다가, 또다시 신기한 것을 찾아 다른 물건을 사들이는 과정을 되풀이 한다. 많은 경우 이런 물건들이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더 멋진 차, 더 멋진 옷, 더 멋진 오디오 등을 소유한다는 것은 사회에서 성공을 의미하며, 반대로 그런 물건을 소유하지 못한다는 것은 실패한 인생이라는 것인가?
‘과소유 증후군’은 소유하고 있는 물건으로 인하여 풍요로움을 느끼기 보다는 숨막힐 듯한 갑갑함을 느끼는 우리들의 모습에 관한 이야기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한다는 것이 현대사회의 사회적 지위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소유한 많은 물건들 중 대부분이 없이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고, 많은 것들은 우리가 정말 원해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인식과 광고에서 보여주는 모습 때문에 소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작 늘 갖고 싶어 했던 것을 가지게 되었으면서도 행복하지 않다니, 우리는 점점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된 것일까?
타인과 같은 물건을 소유했다는 것 보다는 같이 공유하는 경험이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들어 준다. 공유한 체험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고 호감을 느끼며 대화를 이어줄 가능성이 높다. 체험이 물적 재화보다 우리에게 더 큰 행복감을 주는 이유가 있다. 체험은 기억을 되새기며 계속해서 긍정적인 재해석이 가능하고, 물질에 의한 쾌락 적응에 비해 시들해질 가능성이 낮다. 그리고, 재물에 비해 타인과의 비교를 통한 지위 경쟁을 할 필요가 없으며, 공유한 체험은 인간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해 준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는 원했던 많은 물건을 이미 손에 넣었다. 기술의 진보를 통해서 스마트폰 한대가 다양한 우리의 욕구를 해결해 준다. 사진기, 비디오 카메라, VCR, 전화기, 워크맨 등등 대학을 졸업하고 월급을 받아서 장만했던 것들이다. 기술의 발전과 기기의 통합이 더욱 빠르게 이루어 진다면, 우리는 더 적게 소유하고 더 많은 체험을 할 수 있을까? 집을 가득 채운 물건을 정리한다면 우리는 결국 더 큰 집을 소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과소유 증후근을 스스로 진단하고 행복에 이르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보도록 하는 이 책이 좋다
제목
과소유 증후군
저자
제임스 월먼
출판
문학사상
청구기호
HC79.C6 .W35 2015
인류는 전쟁을 통해서 국가의 형태와 상업의 발전을 만들어 냈다. 석기시대에는 폭력이 일상적이었다. 열 명 중 한 두 명은 폭력으로 사망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이후로 인류가 치러 온 전쟁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승자는 패자를 집어삼켜 더 큰 사회를 만들었고, 더 강한 정부가 들어섬으로써 폭력을 자신들의 울타리 안에 가두어 놓았다. 이렇게 해서 현재의 세계는 아주 강력한 기관들로 구성된 큰 사회를 이룰 수 있었다. 폭력은 천천히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규율과 병참이 필요했다. 규율의 발전이 법과 제도를 만들어 냈고, 병참Logistics을 통해 대량 생산, 창고, 운송업 등의 상업 발전을 일으켰다. 손자 병법의 대부분의 내용은 아군의 규율을 지키고 적의 병참선을 끊어 전쟁에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임진왜란의 경우 조선은 일본군에게 대부분의 전투에서 졌지만, 이순신 장군이 적의 병참선을 파괴하여 일본군을 몰아 낼 수 있었다.
지난 수 세기 동안 싸움의 빈도는 줄었다. 물론 대규모의 세계 대전과 냉전을 치르고 나서 평화를 유지함으로써 얻는 보상이나 싸움으로써 치러야하는 비용이 확 오르면서 선택의 폭이 줄어 들었다.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이 가능한 시대에 전쟁을 선택하면 대규모 보복을 불러 일으키고 결국 자살 행위나 다름이 없어 졌다.
전쟁을 다룬 책은 많다. 개인적인 접근은 전투에 참여한 경험, 홀로 남겨진 슬픔, 부상을 입은 채 살아가야 하는 삶, 전쟁 이후의 파괴된 가족 등을 다룬다. 군의 역사적 접근은 전투 현장을 다룬 공식적인 통계자료나 장교들의 보고서, 전투현장에서 직접 취재한 전투원들의 수기 등을 담은 책이다. 기술적인 접근은 전쟁에 참여한 군 전략가들의 원칙과 외교관들의 기록에 따라 전쟁에 이르기까지의 시각을 다룬다. 네번째 방법은 전쟁을 진화의 한 부분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생물체가 더 많은 자원을 얻고 번식을 하기 위해 폭력을 하나의 도구로 사용해 왔다고 여겨왔다. 인류의 행동방식을 전쟁을 치르는 다른 종과 비교함으로써 전쟁 이면에 있는 원리를 알 수 있다.
전쟁은 역설적으로 인류를 더 안전하고 부유하게 만들었다는 시각이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엄청난 대규모 살인이 벌어졌다. 폭력이 난무하던 석기시대에서 부터 전쟁을 통해 체계화된 국가의 형태를 만들어 냈고, 그 과정을 통해 폭력에 의한 살인 비율도 줄어들었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전쟁의 역설이 있다. ‘말은 부드럽게 하되, 큰 몽둥이를 가지고 다녀라.’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한 말이다. 강한 군대를 육성하고 전쟁을 열심히 준비 해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생각 해 보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무지ignorance가 가장 위험하다. 기나긴 전쟁의 역사와 인간 본성, 그리고 다른 생물 종들이 치르는 전쟁을 이해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제목
전쟁의 역설
저자
이언 모리스
출판
지식의 날개
청구기호
CB481 .M67 2015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나는 덜 민감하게 살기로 했다. 나는 너그럽게 살기로 했다. 이 책을 결혼 초기에 봤다면 아마 사소한 부부 싸움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연애할 때는 다툼을 잘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같이 살면서 기억에도 나지 않는 사소한 일로 말 다툼을 많이 했다. 결혼 초기에는 냉장고 안에 음식물로도 말 다툼을 많이 했다. ‘둔감력’의 저자 와타나베 준이치가 얘기 하듯이 느긋하고 둔감하게 그리고 의젓하게 행동했다면 훨씬 더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듯 하다. 나는 좀 민감한 사람이다. 나이가 들면서 덜 민감 해지고 있으니 참 다행이다.
사랑이란 상대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상대방의 모든 것을 사랑하라는 뜻이 아니라(이건 참 어렵다), 상대방의 행동, 말투, 냄새, 습관에 대해 둔감 해 져야 한다는 뜻 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남자와 여자는 다른 생체 대사와 반응을 가지고 있다. 감정과 신체가 생리적으로 다르게 행동한다. 그런 두 사람이 사이 좋게 지내려면 어느 정도는 둔감한 마음을 가지고 상대방에게 관대해져야 한다. 저자의 주장은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지만, 둔감해지는 것은 가능하고, 이것이 사랑을 오래오래 유지하는 행복한 결혼의 기본이라고 설명한다.
주변의 시선에 민감하게 굴거나, 비난을 크게 맘에 담지 말라고 조언한다. 참 맞는 말인데 실천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재능을 갈고 닦아 성장하려면 끈기 있고 우직한 둔감력이 필수적이다. 자기 분야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사람은 그 바탕에 재능은 물론이거니와 반드시 좋은 의미의 둔감력을 지니고 있다. 둔감력은 주변의 시선이나 비난, 불필요한 비교를 이겨내고, 단단한 마음 위에 재능을 꽃피우게 하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둔감력이 어떻게 도움이 될까? 우리 몸의 혈관은 긴장하고 움츠리면 좁아진다. 반대로 여유 있게 행동하고 행복하면 확장된다. 긴장하고 화를 내면 두통을 경험한다. 이는 혈관이 좁아져서 혈압이 올라가서 생기는 현상이다. 혈압이 오르면 두개골 내에 갇힌 뇌혈관이 압력을 받고, 결국은 두통으로 나타난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 피가 온몸 구석구석 끊임없이 흐르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온몸의 혈관을 열어놓아야 하는데, 이때 혈관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에 자극을 주지 않고 편안하게 몸과 마음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둔감력은 이렇게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맘에 맞는 친구와 술을 마시면 술기운이 빨리 오르고 기분 좋게 취한다. 집에 와서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맥주를 한잔 하면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혈관이 열린 상태여서 더 빨리 취기가 오른다. 혈관이 닫힌 상태로 지속되면 운동능력, 판단력, 사고력 모두 저하된다. 긴장을 풀고 느긋한 맘을 유지하는게 건강한 노년을 준비하는데 필수적이다.
둔감한 사람은 잠도 잘 잔다. 주변에 소음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잠자리가 바뀌어도 잘 자는 사람은 건강하고 일도 잘 한다. 실제로 자기 분야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사람은 대부분 수면력이 뛰어나다. 더 많은 시간을 자는게 아니라, 퀄리티 있는 수면을 하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도 눕자마자 잠들어서 아침이면 벌떡 일어 날 때 일이 가장 잘 되었다.
둔감한 몸에는 질병이 찾아 오지 않는다. 너무 깨끗할수록 면역력은 떨어 진다고 한다. 까탈 스럽게 굴면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좋아하는 상대에게는 자신의 입맛을 양보하고 상대가 원하는 맛집을 찾아가야 한다. 하나하나 주옥 같은 조언이다. 이 책을 진작 읽었어야 했다.
제목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저자
와타나베 준이치
출판
다산초당
청구기호
BJ1588.J3 .도44 2018
익숙한 휴가지를 갈 것인가? 한 번도 안 가본 곳을 갈 것인가?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방법은? 스마트폰은 닦으면서 방 청소는 안하게 되는 이유는? 딸에게 이상한 남자친구가 생겼을 때의 대화법은? 지금 만나는 사람과 결혼해도 될까? 좋은 소식을 먼저 들을까? 나쁜 소식을 먼저 들을까? 유명한 교수님의 강의가 형편없는 이유는? 운이 좋은 사람의 비결은?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하는 방법은? 페이스북을 끊어야 할까?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생각나는 질문들이다. 사람들은 왜 항상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며 비이성적인 판단을 반복할까? 영문 제목은 Irrationally yours 평소에 위와 같은 의문들이 들었던 사람들에게 일독을 추천한다. 유머감각이 넘치는 저자가 쓴 유쾌한 책이다. 저자 댄 애리얼리는 듀크대 행동 심리학 교수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컬럼을 기고한 내용을 묶어 책을 펴 냈다. 많은 사람들이 가진 비슷한 질문을 유머 있게 지적하고, 왜 비이성적인 판단을 반복하게 되는지 이유를 행동경제학 측면에서 설명해서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해 주는 좋은 책이다.
왜 신문이나 잡지에 가십난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까? 네이버에 뜬 쓸모 없는 연예 뉴스를 반복해서 쳐다 보고 퍼 나를까? 시시콜콜한 소문은 사회적 통합 메커니즘Social Coordination mechanism을 작동시킨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똑 같다. 한자리에 모여 같이 떠들 만한 심심풀이 이슈가 더 많은 사람들을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주제가 된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빛 보다 더 빨리 날아가는 것은 없다고 말하지만, 예외가 있을 수 있다. 바로 나쁜 소식이다. 여기에는 물리학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운이 좋아 보이는 사람의 비결은 무엇일까? 더 많은 슛을 던지면 골대에 공이 들어가는 일이 많아진다. 그렇게 해서 경험이 빨리 쌓인다. 그러다 보면 더 많이 시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성과가 없어 보이는 계획을 서둘러 포기하고 전망이 좋아 보이는 계획에 또 시도 할 수 있다. 인생에 확률이 적용된다면 새로운 일을 더 많이 자주 시도해보는게 좋다. 행동경제학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
유명한 교수의 강의가 형편없는 이유는 학생들의 기대가 높아서 일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유명 교수나 저명 학자의 강의는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다. 이는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 때문이다. 즉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타인도 알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생겨나는 의사소통 실패 현상이다. 오랫동안 특정 주제를 연구해서 세계적인 학자가 되면 자기 연구분야가 직관적이고 쉽게 다가온다. 다른 사람들도 자기 연구 주제를 쉽게 이해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교수의 일방적인 설명 보다는 학생들이 공부해서 학생들 간에 설명을 통해 지식을 전달하는 flipped learning의 효과가 더 높다.
왜 시끌벅적한 장소에서 데이트를 할 때 성공률이 높을까? 상대방에게 몰입하는게 정말 좋은 관계를 시작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주변이 시끄러운 곳에서 데이트를 하면 좋은 관계를 시작할 확률이 높다. 서로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어색한 분위기가 잘 생기지 않는다. 일단 좋은 배경 음악이 있으니까. 화젯거리가 바닥이 났을 때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그러면 두 사람은 침묵이 그들의 대화 능력이 떨어지거나 화제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음악에 심취해 있거나 시끄러워서 금방 한 얘기를 못 알아들었다고 착각할 수 있다. 그리고 시끄러운 환경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집중해 듣기 위해 신체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핑계거리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시끄러운 음악과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사람들은 차분히 가라앉아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보다는 흥분하게 된다. 그리고, 이 흥분된 감정은 군중과 음악때문인지 바로 옆에 있는 사람 때문인지 착각하게 만든다. 이를 감정의 오귀인misattribution of emotion이라 행동 심리학에서 부른다. 두려움이나 긴장, 기쁨 슬픔에 대한 우리의 생리적 반응은 동일하다. 그래서 두 가지 이상의 상황이 겹치는 경우 그 원인이 되는 감정을 잘 못 파악하게 된다. 행동 심리학을 공부했다면 데이트는 사람들이 많이 붐비고 시끌벅적한 장소에서 했을 듯 하다.
지금 만나는 사람과 결혼해도 될까? 행동 경제학 측면에서 살펴보면 실험을 해 보는게 가장 좋다.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이 가장 이성적이기 때문이다. 최대한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보고 사람들의 행동을 살펴보면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지금 당장은 너무 좋은데 지금의 여자친구(남자친구)와 앞으로 수십 년을 함께 살아갈 때에 어떤 기분이 들 것인지 알고 싶다면, 여자친구의 어머니(남자친구의 아버님)과 2주동안 지내보면 어떨까? 우리는 이것을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제목
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
저자
댄 애리얼리
출판
사회평론
청구기호
BF442 .A75 2017
스트레스는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트라우마나 혹독한 시련, 큰 불행을 경험한 사람들을 조사 해서 질병의 발생 통계와 질병에 이르는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아도, 과도한 스트레스가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있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면역계통의 문제를 일으키고 급격하게 건강상태를 나쁘게 만든다. 수면 부족, 영양 결핍 등으로 당장 입안을 헐게 만들고 입술 주변을 부르트게 만든다. 이것들은 면역 저하 증상들이다. 이 책은 장기적인 유독성 스트레스가 어떻게 암, 심장질환, 뇌졸증, 만성 폐질환, 당뇨병, 신장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이어지는지 그 경로를 추적한 책이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에 급격히 반응하도록 진화했다. 한 번쯤 초인적인 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자기 아이를 덮친 차를 들어 올린 아버지, 산에서 마주친 곰을 쫓아버린 사람, 더 극적인 예로는, 전쟁터에서 두 군데나 총알을 맞은 몸으로 전장을 가로질러 친구를 구한 이야기도 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톰 행크스는 총알을 엉덩이에 맞고도 벌에 쏘인 줄 착각하고, 전장을 뛰어 다니며 동료들을 계속해서 구한다.
사람들이 이렇게 엄청난 일을 해내도록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몸의 스트레스 반응 체계 때문이다. 숲 속을 걷다가 곰과 마주쳤다고 상상해보자. 우리의 뇌는 신장 위에 자리한 부신에 신호를 보낸다. “스트레스 호르몬을 방출해! 아드레날린! 코르티솔!” 그러면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하고 동공이 확장되며 기도가 열려, 곰과 싸우거나 달아날 준비를 갖추도록 돕는다. 도피-투쟁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이다. 이러한 반응은 우리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수천 년에 걸쳐 진화 되었다.
이런 반응에는 여러 화학적 메신저들이 방출되는데, 그 중에서도 코르티솔 호르몬이 중요하다. 코르티솔은 아드레날린과 유사하게 혈당과 혈압을 높이는 한편(곰과 싸우려면 힘을 내야하니까), 인지(명료한 사고)를 억제하며 기분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코르티솔은 수면도 방해한다.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는 얕은 잠을 자는 편이 더 안전하다. 곰이 주변에 있으면 자다가 깨서 도망을 가야하니까. 또 스트레스 반응은 면역 시스템을 활성화 시킨다. 만약 곰과 싸운다 다친다면 면역계가 다친 부위의 염증을 일으켜 상처를 안정시키고 곰으로부터 도망칠 시간을 벌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곰에게서 달아나서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면 흥분된 스트레스 반응은 멈추고, 호르몬 분비샘에 피드백 신호를 보내 더 이상의 반응을 중지시킨다.
하지만 이런 위험이 계속해서 지속되고, 우리 몸이 반응하면 어떻게 될까? 지속적인 유독성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계속해서 시스템 전체에 코르티솔을 쏟아 붓는 것이다. 코르티솔은 근육단백질을 분해하여 간으로 보내고 위험한 상황에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땔감으로 써 버린다. 뇌 및 다양한 장기에 손상을 입히고 영구히 장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나아가 인지 손상의 위험성이 높아지며 이는 오랫동안 지속되는 만성 질병으로 이어진다.
유독성 스트레스 반응에 의해 장기적인 신체 손상 및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있다.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 등을 통한 근육량 증가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스트레스 반응으로 망가진 호르몬 조절 체계를 진정시키고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수면, 명상, 건강한 인간관계 등이 상태를 호전 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신뢰하는 사람 옆에서는 일단 수면이 개선되고 면역력도 다시 높아진다. 마치 '여보, 나 잠자는 동안 곰이 오는지 살펴봐줘'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제 스트레스가 어떻게 질병을 일으키는지 이해했다면 최선의 방어계획을 수립하자.
제목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저자
네이딘 버크 해리스
출판
다산초당
청구기호
RJ506.P66 .H37 2019
요즘 실험실에서는 학생들과 사이언스에 대해서 토론하고 본부에서는 직원들과 새로운 업무의 계획과 추진 방법에 대해 토론한다. 나름 바쁘지만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둘 사이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기획이다. 프로젝트를 계획해서 제안서를 쓰거나 가설을 검증하여 논문을 쓰는 과정이 기획이다. Strategic Planning 기획의 핵심은 무엇인가? 기획은 아이디어와 논리 세우기, 팩트 확인, 프로세스와 방법론 정립, 그리고 가설검증 과정을 거친다. 설득력 있는 프레젠테이션도 필요하다.
저자는 SK그룹 경영기획실과 홍보실에서 일했고 최태원 회장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찾아 보았다. 기획에 필요한 요소들을 나름 재미있게 논리적으로 설명한 책이다. 나는 박사학위를 하면서 학교와 연구소를 경험 했지만, 회사 기획실에서 일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실험실에서 매일 진행하는 랩 미팅이 기업의 기획 회의와 동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공하는 기업과 좋은 실험실 문화에는 공통점이 많다.
기획의 3대 요소는 planning, making, and presentation이다. 논리의 출발은 용어의 명확한 정의에서 시작한다. 팩트 체크는 현상, 원인, 배경에 관한 정보 분석을 포함한다. 기획서의 기본구조는 클라이언트, 컨셉, 플래너 블록으로 이루어 진다. 단시간에 이룰 수 있는 문제해결형 기획과 장기간이 필요한 가설검증형 기획이 있다. 문제해결형 기획에는 목적을 명확히 해야한다. 세가지 가지 제안을 누구나 좋아한다. 논리적인 스토리 구성이 필수적이다. 해결책을 찾을 때는 브레인스토밍을 활용한다. 가설검증형 기획에 실험, 토론, 분석 과정을 거친다. 실험과 분석과정을 통해 가설은 진화 시킬 수 있다.
학생들은 기업 현장에서 배울 수 있고,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학교에서 실험실에서 배울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프레젠테이션 하고 날카로운 비판을 받고 방어하며 끊임없이 논리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일터 문화를 만들고 싶다.
제목
기획이란 무엇인가
저자
길영로
출판
페가수스
청구기호
HD30.28 .길64 2012
원출처: www.facebook.com/sanguk.kim.180
2020-02-14 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