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교수와 함께 떠나는 10월의 책여행

2020-10-05 11:50
postech

 

너무 깨끗하려 하면 병이 된다. 청결을 추구하려고 사람들은 오물을 홍수처럼 만들어낸다.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는 인간의 청결에 대한 의지가 각종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증거를 보여준다. 미세 플라스틱, 각종 세제, 바디 케어 용품, 항생제의 남용 등이 우리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동식물은 자연의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최소한의 청결을 유지하며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진화과정을 통해 발전시켰다. 그러나, 인간이 만들어낸 ‘쓰고 버리는 문화’와 ‘빨라빨리 문화’가 자연의 청결을 위협하고 있다. 과다하게 생산된 청결을 위한 제품들이 쓰레기의 형태로 우리에게 복수를 하고 있다. 이제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위생이란 상대적인 개념이다. 무엇이 쓸 만한 물건이고 무엇이 쓰레기인지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먹고 남긴 음식, 바다에 새고 있는 유조선의 석유 등등.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배설물은 더럽고 세균을 배양한다고 하지만 정원에 있으면 좋은 비료가 된다. 얼마나 자주 샤워를 해야 할까? 옷을 얼마나 자주 세탁을 해야 할까?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유지하는데 너무 자주 샤워를 하거나 세제를 많이 사용한 옷을 입는 것은 해롭다는 것이 널리 알려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심하게 냄새가 나지 않는 수준에서의 위생 수준을 유지하는 게 좋을까?

자연은 우리에게 모범을 보이고 있다. 야생 동물들은 샴푸와 비누를 사용하지 않고도 건강하다. 지저분한 땅바닥, 탁한 물이 고인 웅덩이에 살며, 수세식 변기도 없다. 동식물이 사용하는 다양한 청결의 수단의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 동물은 털과 피부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와 공생하며 외부의 공격을 막아낸다. 인간도 땀을 흘리고 식히며 체온을 조절하고 우리 몸의 방어막을 만들어 낸다. 너무 자주 샤워하면 등에 여드름이 더 많이 생긴다. 우리 몸의 보호막이 벗겨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피부는 원래 관리하기 쉽다. 피부는 살아있고, 면역 체계의 최전방 초소다. 피부에 보호막을 샴푸, 알코올, 세제, 섬유유연제 등으로 벗겨내면 홍반, 각질, 가려움증, 냄새, 뾰루지 등이 생긴다. 피부 관리에는 물과 비누면 충분하다. 죽은 피부 세포, 땀, 피지 등은 더러운 게 아니라 우리 몸에 보디가드 역할을 하는 수많은 ‘좋은’ 박테리아의 양분과 잠자리이다. 이들이 청결제에 씻겨 나가면, 먼지, 오물, 병원체 등 주변의 오물이 달라붙게 된다. 이들을 통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부작용으로 자가 면역 질환 등을 앓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미생물학자들은 새로운 전략을 권한다. 전쟁 대신 정원 가꾸기가 그것이다. 지금까지는 무차별적으로 미생물들을 공격하여 없애는 전략을 썼다면 이제는 우리 몸에 같이 살아가는 미생물을 돌보고 가꾸며 이들이 좋아하는 환경을 조성하여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함께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들이 진정한 항생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독한 세제와 바디 케어 용품을 쓰지 말자. 방향제 대신 식물을 실내 유해 물질 필터로 쓰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 캡슐 커피 사용을 줄이자. 일회용 컵 대신 개인컵을 사용하자. 가까운 거리는 자동차 보다는 자전거로 이동하자.

 

제목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

저자

한네 튀겔

출판

반니

 청구기호

Q173 .T84 2020

 

우리는 막연히 인구 감소가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정도로만 알고 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산을 장려하면 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환경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사회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채 정책을 통해 출산율을 높이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 

인구 감소는 더 큰 파급효과가 있다. 인구 감소는 지방에서 대도시로의 인구 이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 국가의 인구가 똑 같은 비율로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지방의 인구가 급속도로 감소하고 대도시로 인구가 몰리는 현상이 생긴다. 지방은 공동화 되고 삶의 질이 나빠지고, 대도시는 과밀화 되며 삶의 질이 나빠진다.

지방의 인구가 소멸하면 서울로 유입되는 인구도 사라져 결국 같이 쇠퇴하게 된다. 서울의 인구가 유지되는 이유는 지방의 인구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밀화 된 도시환경에 출산율은 떨어지고 인구 유입이 끊기면 생산인구의 연령층이 높아져 도시의 생산력이 떨어지고 쇠락한다.

산업을 유치하고 학교 도시를 만들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젊은이들이 모여서 살도록 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삶의 질을 개선해야 가족을 만들고 출산율도 올라간다. 이미 일본은 이 문제를 우리 보다 앞서 겪었다. <지방소멸>은 일본의 지방도시들이 겪은 상황을 분석하고 그 중에서도 성공적으로 지방소멸을 피해간 도시들의 교훈을 들려준다.

대학이나 연구기관, 벤처 인규베이션 센터 등을 만들어 젊은 고학력 인구의 유입을 실현하고 지역 경제를 지속 시키는 모델이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막는데 성공적이었다. 유럽과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대학도시’ 모델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국가공공기관과 기업 등을 유치하여 경제를 이끌어 도시를 성장시키고 문화, 예술, 여가 인프라 등에 투자하여 성공적으로 도시를 발전 시킨 모델들도 존재한다.

지역에 거점 도시를 만들고 삶을 영위하기에 매력적인 환경을 조성해서 인구를 붙잡아 둬야한다. ‘살고 싶은 매력적인 거점 도시’가 국토균형발전의 시작점이 된다. 최고의 복지, 최고의 출산 장려책은 좋은 일자리이다.

 

제목

지방소멸

저자

마스다 히로야

출판

와이즈베리

 청구기호

HB2111 .증74 2015

 

시장 골목에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좌판을 벌여놓고 물건을 팔고 노동을 해도 생활에 필요한 기본 소득을 벌지 못 한다면 시스템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반면 하루 종일 일을 하지 않아도 자본 소득이 계속해서 쌓여 직업을 가질 필요가 없다면 세금을 걷어 사회 간접 자본을 개선하는데 써야 한다. 노동 없이 자본을 통해 올리는 소득은 대부분 사회 인프라의 도움 때문에 이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득의 재분배는 공정한 것이다. 공평의 추구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일을 해도 생활에 충분한 소득을 올리지 못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교육을 받지 못 해서도 아니고 일을 게을리하고 있기 때문도 아니다. 어떤 이들은 일을 하지 않아도 생활에 필요한 소득 뿐 아니라 더 많은 자본을 쌓고 있다. 이는 교육을 더 많이 받아서도 아니고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도 아니다. 그렇다면 국가가 나서서 소득의 불균형과 자본의 분배에 힘을 써야 한다.

대니얼 서스틴드의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상식처럼 갖고 있던 생각에 질문을 한다. 좋은 학교를 가고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좋은 직업을 얻으면 되는게 아닌가? 왜 이렇게 힘들지, 좋은 직업은 다 어디로 가고 왜 나는 집 장만을 하지 못 하는 걸까.

신기술의 개발과 불평등의 문제는 문명의 역사를 통해 오래된 현상이다. 사회의 풍요는 역사를 통해 항상 고르게 분배되지 않았고, 인간은 언제나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다. 인류의 역사상 일어나 대부분의 전쟁, 폭동, 혁명 등도 경제적인 불평등과 불공정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은 편리한 세상을 만든다고 하지만 기술적인 불평등과 경제적인 불평등을 심화 시키고 있다.

인간이 혼자 산다면 불평등은 없다. 하지만, 인류는 함께 살며 같이 노동하여 더 큰 생산성을 만들면서 부의 불평등의 문제가 시작되었다. 몇몇 사람이 남들과 달리 재산을 더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모여 살며 노동을 하면 당연하게도 남들보다 수완이 좋은 사람이 있다. 부가 쌓이는 경우 공평하게 분배하기 보다는 공정하게 분배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사회가 기술적으로 진보하면서 소득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그 결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긴다. 기술적 진보는 혁신을 이끌기도 하지만 그 결과 최상위 임금을 받는 사람들의 소득이 점차 커지게 된다. 이 문제를 우리보다 먼저 격은 선진국들은 부동산 보유 세금을 1~3%를 매년 부과하며, 상위 1%의 소득 구간에 소득세율을 높여왔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기술의 진보 때문에 젊은이들의 소득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다 같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 정책과 제도가 무척 중요하다. 세상에 태어날 때 남다른 재능과 훌륭한 외모를 갖고 태어나기도 하고, 누구보다 상냥하고 부유한 부모를 만날 복이 있느냐 없느냐 뿐이다. 이런 불평등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평생 부를 누린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지나치게 유리한 삶을 살아야 할 이유도 없다. 따라서 자본은 소유하기 때문에 생기는 불평등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생각은 진보도 보수도 아닌 올바른 생각일 뿐이다.

제목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저자

대니얼 서스킨드

출판

와이즈베리

 청구기호

T14.5 .S868 2020

 

존 소포릭의 <부자의 언어>는 경제 서적도 아니고 부자 만들기에 대해 다룬 다른 책들과는 결이 좀 다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도 부자가 되고 싶어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부자 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곤 했다. 좋은 차를 타는 것도 별 관심 없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도, 좋은 옷을 입는 것도 별 관심이 없다. 나는 시간이 나면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대부분의 행동들은 돈이 안 드는 것 들 뿐이다.

젊었을 때 누가 ‘네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하고 싶은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만큼 하는 것이요.’ 나름 노력해서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만족하고 남에게도 인정도 받으며 내가 스스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정도로 하게 되었다. 다만 부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은 부자의 정의를 명확히 내려준다.

부자란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이 책에 따르면 부자는 ‘경제적 자유를 얻은 사람’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돈으로부터 인생의 속박을 당하고 있다면 부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부자인 듯하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일 하고,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학교 아파트에서 잠에 드니 돈을 벌어도 별로 쓸데가 없다. 경제적 자유를 얻은 부자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나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경제와 돈, 그리고 부자가 되는 방법을 잘 이야기해줄 책을 찾아보았다.

부모를 벗어나서 20대가 되면 재정적 고난을 겪게 되고 돈에 대해 다른 관점을 배울 수 있다. 돈이 없다는 사실은 사람을 불안과 공포로 몰고 간다.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워라밸’도 경제적으로 불안할 때는 그리 멋진 말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돈 걱정을 하고 살지 않았으면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한다.

부자가 되려면 습관과 행동을 바꾸라고 한다. 유흥을 끊고, 책을 읽고 명상을 하는 시간을 보내며,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건강을 챙기기 위해 운동을 하라고 한다. 식단을 관리하고 돈과 관련된 명확한 목표를 적어 놓고 리마인드 하며, 일하는 시간 외에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며, 몸과 마음을 재충전 하라고 한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성공을 위해 몸을 혹사하며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해 주변을 챙기지 않으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않는 것이다. 부자가 되는 방법이 이렇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들려주고 싶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궁금해할 때는 4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라 한다.

네가 하는 일이 필요할까?
네가 하는 일을 어떻게 잘할 것인가?
너를 대체하기 어려운가?
네 일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가?

질문에 답을 하면 생활비를 벌게 되고, 질문에서 얻고자 하는 답을 뛰어넘으면 부를 얻게 된다. 그리고, 부자는 아니어도 풍요로운 삶을 사는 방법은 단순하다. 지출보다 수입을 늘릴 것!

 

제목

부자의 언어

저자

존 소포릭

출판

윌북

 청구기호

HG101 .S64 2020

 

타인의 칭찬과 인정을 받아야 마음이 안정되고 자신의 가치도 확인된다. 남에게 인정받는 다는 것이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 삶이 힘들게 느껴진다. 왜 이럴까? 이런 인격의 특징은 무엇이며, 치료가 가능할까? 자신이 모범생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면 일독을 추천한다.

남의 인정에 목마른 사람들이 있다. 남들에게 인정받아야 비로소 안심이 되고 자신이 쓸모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모범생 증후군’이라고도 하는데, 타인의 평가에 예민하고 개인적 행복과 삶의 의미 찾기는 뒷전이 된다.

나 자신도 20대 30대에 비슷한 감정을 겪은 적이 있다. 남들은 완벽주의라고 하고 이런 성향이 성취를 이루는데 일정부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개인적인 행복감이 떨어진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정신분석 상담 경험을 우리에게 들려주며 극복이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성공하고 싶은가? 복종하라, 희생하라, 겸손하라!” 인정중독이 만연한 사회는 개인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사회다. 고통을 참고 권위에 복종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가르치는 사회가 인정중독을 만들어낸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윗사람의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복종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사회, 위계질서를 강조하고 수동성을 강요하는 사회가 인정중독을 조장한다.

'성취한 만큼 성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만큼 성공한 것’으로 행복의 정의가 달라져야 한다. 행복은 자기가 진정 원하는 바를 성취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것이다. 남의 인정을 바라는 수동적인 자세를 가지면 심리적 독립이 어렵고, 심리적 독립 없이는 진정한 자존감도 행복도 경험하기 어렵다.

자유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나는 행복을 추구할 가치 있는 사람이다. 남의 인정 없이도 충분히 소중한 사람이다. 완벽주의와 흑백논리로 나를 공격하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면 그 목소리에 무너지지 말고 맞서자.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얼마나 비합리적인지 스스로 설득하자. 심리적인 자유도 내가 변화하고자 노력하는 만큼 자유로워진다.

인정중독에서 빠져나와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수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들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나의 감정을 희생하기 보다는 나의 욕구를 주장하는 것, 다른 사람이 함부로 나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나의 울타리를 세우고 지키는 것도 기억하자. 나는 소중한 존재이다. 나는 행복을 추구한다.

제목

누구의 인정도 아닌

저자

이인수, 이무석

출판

위즈덤하우스

 청구기호

BF697.5.S46 .이68 2017

 

'아이들은 작은 사람이지만 큰 권리를 갖고 있다.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에 동의를 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실천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에서 가족은 극심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아이들 교육에 가족들은 총력전을 펼친다. 가족 안에서 가장 약한 존재인 아이들의 자율성은 무시되었으며, 그렇게 총력전에 희생된다. 돈벌이를 하지만 아이들 양육에 참여를 하지 못하는 기러기 아빠나 자신의 행복을 저버린 채 아이들 교육에 집착하는 매니저 엄마는 참 이상한 정상가족이다.

잘사는 집에 교육받은 부모는 아동학대라는 말에 질색을 할 것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공부하는지를 감시하고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도 공부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야단치고 중학생에게 고등학생 공부를 선행학습 시키면서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고 혼을 낸다. 부모들이 흔하게 하는 아동학대이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가족내에서의 부모의 권위가 강할수록 구성원들 사이의 존중과 배려가 어렵다. 부모의 부와 신분이 세습되고 가족단위의 경쟁이 심화되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정체성을 수립하기 어렵다. 자녀는 부모와 심리적으로 분리되지 못한다. 자녀의 자립화 과정은 부모의 모습과 부딪치고, 달래고, 도망치고, 협상하고, 이해하면서 독립된 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어떻게 치르는지에 따라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하는지가 결정된다.

우리나라에만 유독 ‘매니저 엄마’와 ‘기러기 아빠’라는 말이 있다.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는 생각을 가진 엄마지만, 교육에 투자하고 자식을 위해 올인한 결과 가정은 해체된다. 치열한 경쟁을 치른 대부분의 자녀들도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가진 성인이 됐지만,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할 능력을 갖출 기회를 잃어버렸다.

아이들을 존중하고 양육에서 억압적 요소를 없애려는 가족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의 변화도 절실하다. 학교에도 놀 공간이 더 많아야 한다. 학생들이 쉬고 마음껏 대화를 나누며 진로를 탐색할 수 있어야 한다. 성적으로 줄 세우기가 아니라 각자의 적성과 능력에 맞게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데 어른들의 고민이 필요하다. 가족 안에서 아동의 작은 권리조차 보장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가 더 발전하려는 노력도 헛일이 될 것이다.

제목

이상한 정상 가족

저자

김희경

출판

동아시아

 청구기호

HQ518 .김97 2017

 

자신만 아는 지식을 자신의 언어로 얘기하는 재미없는 과학자가 되지 말라는 진지한 조언을 하는 책이 있다. 과학자로 성장하려면 스토리텔링은 필수이다. 하지만, 대부분 과학자로 교육을 받으면서 재미없는 사람이 된다. 대중들은 그들의 일에 관심이 없고 그들은 대중들이 자신의 연구의 중요성을 몰라준다고 불평한다. 열심히 연구하고 결과를 발표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고 관심을 주지 않는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과학자가 되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게 된다.

Don’t be such a scientist <그런 과학자는 되지 마세요!>는 과학자였다가 영화감독으로 커리어를 바꾼 랜디 올슨의 책이다. 그는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뉴햄프셔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할리우드로 가서 영화를 배우고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과학자들에게 바보가 되지 말라고 진지하게 조언을 한다. 이 책을 과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추천한다.

나 자신도 경험한 일이다. 대학원을 마치고 포스닥으로 UCLA에 있을 때 일이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을 10분가량 듣고 있던 지도교수님이 한 마디 한다. ‘Dr. Kim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냐?’ 땡스기빙과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실험실에 나와 논문을 쓰고 드래프트를 써서 보여드렸다. 다 읽어 보시더니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냐?” 연구결과를 얻기 위해 몇 달 동안 밤을 세우고 글을 쓰고 다시 고쳐 썼는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 정말 미치고 환장할 만한 기분이 든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당시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 보고 내가 발표한 동영상을 보면, 나도 느끼게 된다. 참 재미없다.

학문을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새 과학 커뮤니케이션과 담을 쌓게 된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자신만의 착각이다. 깊은 사고를 요구하는 박사과정동안 편협 적인 선택과 집중이 창조력을 저해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얘기도 있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갖기 위해서는 과학자로 성장하면서 매력적인 발표와 글쓰기 능력이 필수이다.

꽉 막히고, 머리로만 생각하고, 의심하고, 남들은 한 수 아래로 두는 편협한 생각이 못난 과학자를 만든다. 제발 그런 과학자는 되지 말자.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표현’하는 것을 익혀야 한다. 그리고 내 생각을 잘 보이기 위해 집중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남들의 관심사를 읽고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을지 알아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중요한 제안을 한다.

"대중과의 의사소통에 있어 가장 중요한 두가지 요소가 있다. 바로 자극과 충족이다. 처음에는 자극하여 흥미를 유발시키고, 그 다음엔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자극’과 ‘충족’이다.

‘엘리베이터 피치’라는 게 있다. 퇴근하는 보스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주차장까지 가는 짧은 시간에 자신의 프로젝트를 간결하고 명료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에도 해당된다. (1) 먼저 주제를 정하고 살짝 비튼 후 (2) 그것을 다시 바로잡을 몇 가지 방법들을 제시하고 긴장을 완화한 후 가능한 해법들을 제시하고 (3) 그때까지의 모든 요소들을 짜 맞춰 모든 갈등을 해소시킨다. 좋은 영화 대본과 과학 논문의 플롯 구조는 같다.

오늘도 랩 미팅 시간에 학생들에게 한마디 한다.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니?” 정성스럽게 논문 드래프트를 써온 지도학생들에게도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니?”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과정이다.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글을 대신 써 주기 보다는 학생이 업그레이드되는 과정을 보고 싶어서 이다.

제목

말문 트인 과학자

저자

랜디 올슨

출판

정은문고

 청구기호

Q223 .O47 2011

 

인간은 비극을 경험하면서 삶이 피폐해진다. 하지만, 소설을 통해 비극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감정의 깊이와 생각의 진폭을 키울 수 있다. 생각의 진폭을 키울수록 인간의 삶은 성숙해진다.

영화와 드라마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소설은 독자 스스로가 장면을 그려가며 감정이입을 하기 때문에 영화보다 감정의 합치가 완벽하게 일어난다. 훌륭한 소설은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영화에서 위험한 장면이 나오면 눈을 감아 버리기도 하지만, 소설을 읽다가 어떤 장면에서 눈을 감으면 머리속에 그 장면을 생생히 상상해 내지 않는가?

우리 시대에 가장 잘 읽히는 소설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들은 소설가라는 직업을 어떻게 선택했으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소설가: 써야 하는 이야기를 쓰고 마는 사람>은 특별한 책이다. 8인의 동시대 소설가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글을 쓰는 일은 머리속에 흘러 다니는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하지만, 글을 써야만 생계가 유지된다면, 글 쓰기는 압박으로 다가올 것 같다. 그래서 성공한 소설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소설가는 예술가인가, 아니면 글 쓰기 기술자인가? 성공한 소설가의 조언은 글쓰기를 욕망하지만 일단 직업을 구하라고 조언한다. 소설가를 포함한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20대 때부터 전업 예술가가 되기 힘들다. 먹고 살 수 있는 돈 때문이라 기보다는 사회생활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한다. 새겨들어 볼만한 얘기다. 글 쓰기를 위한 내면의 욕망도 중요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을 겪은 경험도 필요하다.

글 쓰기를 좋아한다면 소설가를 직업으로 삼아야 할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은 큰 행운이다. 하지만, 소설가로 성공하기 위해 너무 집착하기 보다는 다양한 선택지를 생각해 보라고 조언한다. 소설가, 북 큐레이터, 편집자, 취재 기자, 지식 소매상 등 어떤 직업이라도 좋다. 글 쓰기에 욕망을 가지고 경험을 통해 상상력의 세계를 확장하고, 감성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다 보면, 당신의 글쓰기에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고 이해하는 때가 올 것이다.

대부분의 소설가는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에 존재하는 사람이다. 프로는 업으로 삼은 일로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물론 실력이 있고 하는 일에 올인 해서 프로가 되면 좋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만약 ‘아마추어 같은 프로’와 ‘프로 같은 아마추어’가 있다면? 나는 프로 같은 아마추어가 되고 싶다. 글을 잘 쓴다는 평을 받으면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수입을 만들 방법을 찾아보다 보면, 언젠가 사람들이 내 글에 좋은 평가를 해 주지 않을까?

소설가는 글 쓰는 게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생각 보다 글을 안 쓰는 것도 소설가의 일이다. 글을 고치고, 생각하고 다른 작품을 읽는 것도 모두 중요한 일이다.

제목

잡스 4 : 소설가

저자

레퍼런스 바이 비 편집부

출판

Reference by B

 청구기호

PN6065.K8 .잡57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면 너무 많은 짐을 갖고 온 것에 대해 후회한다. 자전거 트레일러 가득 짐을 마련해서 길을 떠나면 처음에는 마음이 든든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물건들은 혹시 필요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 때문에 장만한 것들이고 대부분 무게만 차지하는 짐이 되어 여행 내내 힘들게 한다.

새로운 여행을 계획할 때 어떻게 하면 짐을 줄일 수 있을까? 과감하게 불필요한 것들은 짐에서 빼고 필요한 상황이 되면 여행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여행에 꼭 필요한 것이라 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에 맞는 동무의 짐에 나누어 넣으면 짐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코펠을 넣고, 동무는 텐트를 챙기고.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의 저자는 강조한다. 중년의 삶을 시작하면서 힘들게 느껴지는 짐이 있다면 내려놓으라고, 동무가 있다면 나눠지라고 한다. 그리고 묻는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줍니까?” 인생을 통해 지고 온 짐들 중 어떤 것들은 행복하게 해 주었지만, 그렇지 않는 것들이 더 많을 수 있다. 깊이 생각해 보지 않더라도 계속 짊어지고 다녀야 할 만큼 중요한 것들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짐이 사라지면 감당해야 할 책임감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사라진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외치면서도 하나 같이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타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흉내 내고 있는 것 아닐까?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까닭은 늘 뭔가 더 채우려고 할 때이다. ‘저 사람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저런 라이프 스타일을 갖는다면 행복해질 거야.” 그렇게 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살 수 있다면 행복해질 거라고 여기지만 그것은 생각의 덫에 불과하다.

50대가 되면 그 동안 생각해 왔던 바람직한 삶의 모델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삶이란 성공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생각 해 왔지만, 성공을 이루기 위한 짐들이 우리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무엇인가를 소유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하면 더더욱 그렇다.

가방에 있는 짐을 줄이기 위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아내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필요 없는 것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삶 자체가 예술이며 자신만의 작품이 될 수 있다. ‘현실적인 낭만주의자’가 되자. 먹고 살기 위해 돈도 벌지만, 동시에 우리는 낭만적이어야 한다. 사랑을 해야 한다. 가까운 사람들, 내가 몸담은 곳, 내가 추구해야 하는 목적을 사랑해야 한다. 이기적이기 보다는 어리석은 사랑을 하자.

필요한 물건은 생각보다 적다. 다만 네 곁에 있는 사람, 네가 자주 가는 곳, 그리고 네가 읽는 책들이 너를 말해 준다.

제목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

저자

리처드 J. 라이더, 데이비드 A. 샤피로

출판

위즈덤하우스

 청구기호

BF637.S4 .L42 2011

 

일터에서 열정과 의욕을 가지고 일하는 방법은 가슴 뛰게 만드는 일에 집중해서 시간을 쏟고 그렇지 않은 활동을 줄여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집중해서 한 번에 잘 해낼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다.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면 시간이 절약될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연구에 의하면 멀티태스킹은 생산성을 크게 저하시킨다. 인간의 뇌는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제한 되 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일을 처리하려 하면 특별하게 잘 할 수 없다. 업무의 우선순위에 따라 모든 일을 분석해서 순서대로 처리하기 보다는, 불필요한 업무를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짧고 굵게 일합시다.>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을 만들고 본질에 집중해서 더 큰 개인의 성취를 위한 중요한 조언을 한다. ‘본질에 집중하자.’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만지면서 집중하기 어렵다. 불필요하고 의미 없는 이메일에 시간낭비를 하지 말자. 의미 없는 회의는 과감히 생략하자. 꼭 회의가 필요하다면 참여해서 발언하고, 경청하고, 회의 참석자 모두 기여하도록 만들자.

가치 없는 일에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일 때 우리는 '과잉 노력'의 함정에 빠진다. 열심히 일하는 느낌만 받을 뿐 생각하는 목표에 이르지 못하고 에너지만 빠져나간다. 차라리 휴식을 취하고 힘을 아끼는 게 더 좋다. 인간은 누구나 보상과 경쟁을 추구하지만, 그 때문에 잘 못된 판단을 한다. 시간 관리와 계획을 세울 때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보상을 받으려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본질에 집중하자. 단지 바쁘게 살고 있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잘못된 목표를 추구하다가 한참 후에 후회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아주 잘 하고 싶은 일인가?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가능한가? 미래에 가치가 있고 조직에서 중요한 일인가? 가슴 뛰는 일인가? 이런 질문에 하나라도 맞지 않다면 즉시 그만두자. 꾸역꾸역 해내면 본인도 불만족스럽고 조직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일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일을 하는 입장에서 생각하지 말고 ‘수혜자’의 입자에서 생각해보자. 당신의 업무로 도움을 받는 사람은 누구인가? 당신의 업무를 다른 사람들이 가치 높게 평가하는가?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쉽게 대체 가능한가?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라면 어떨까? “생각을 해보고 답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자. 고민해 보고 그 일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고민해봤는데 그런 일이 아니라면 정중하게 거절하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면 거절을 해야, 설레는 일을 승낙할 여유가 생긴다. 열심히 살고 있다면 죄책감 따위는 느낄 필요 없다.

일을 잘 할 수 있는 실전 꿀 팁이 듬뿍 들어 있는 책이다. <짧고 굵게 일합시다.> 이 책에서 나오는 데로 행동하는 조직원들과 일하고 싶다.

제목

짧고 굵게 일합니다

저자

곤도 마리에, 스콧 소넨샤인

출판

리더스북

 청구기호

HF5386 .근27 2020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아는 만큼 들리고, 아는 만큼 맛볼 수 있다.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고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면 인생은 그 만큼 더 풍요롭고 행복할 것이다.

음악을 공부해 모두 음악가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음악 공부는 좋은 음악을 듣고 즐기는데 도움이 된다. 음식과 술도 그 재료와 만드는 방법의 역사를 이해하면 훨씬 더 맛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도시 발달의 역사와 건축물의 특징에 대해 이해한다면, 낯선 곳에 갔을 때 그 장소의 의미와 건축물의 특징을 이해하고 훨씬 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어디서 살 것인가>는 건축가인 유현준 작가의 책이다. 그의 건축물에 대한 생각을 친절하게 들려준다.

건축물의 특징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환경에 적응해 살면서 고안해낸 삶의 방식이다. 예를 들어 비가 많이 내리는 곳은 고인 빗물이 지붕을 무너뜨리지 못하도록 경사가 있는 지붕의 집을 짓는다. 반대로 사막의 건조한 기후에는 평평한 지붕이 더 어울린다.

건축을 통해 사람들은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한다. 불평등과 분열이 있는 곳에서는 벽을 쌓아 사람을 분리시키지만, 사람들이 소통하고 모이는 곳에는 다리와 광장을 만든다. 우리 나라가 한창 성장할 때는 다리를 건설했다. 더 많은 장소가 연결되고 경제가 발전했다. 하지만, 이제는 고급 아파트 단지를 지어 높은 벽을 쌓고 주변에 아이들은 못 들어오게 한다.

‘성을 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만드는 자는 흥할 것이다.’ ‘현명한 자는 다리를 놓고, 어리석은 자는 벽을 쌓는다.’ 벽을 쌓아 사람들을 가두면 자신들의 안전을 담보할 거라 착각하지만, 소통과 교류가 막히는 순간 문화는 퇴락한다. 가장 높은 벽으로 둘러 쌓인 곳이 교도소이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자고 한 누구는 어떤 생각으로 그랬을까? 높은 장벽을 세우고 자신들을 가두고 나서 더 안전한 세상이 되었을까?

회사나 연구실에도 벽을 낮추고 열린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이 더 많이 대화를 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와 상관없는 사람들과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청소부와 떠든다든지, 다른 부서의 사람들과 잡담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자신과 배경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우리는 열린 마음과 창의적 생각을 얻는다.

닫힌 공간에 우리 스스로를 가두지 말자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가 된다. <어디에 살 것인가>는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높은 담이 둘러 쌓인 학교와 직장에 근무하다 갇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차를 타고 집에 도착한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옆집과 똑 닮은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온다. 하루 종일 갇힌 공간에 머문다./span>

열린 공간을 지향하자. 담을 낮추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자. 녹지를 보존하고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공원을 조성하자. 그리고, 하루 종일 갇혀 지내지 말고 건물밖에 나와 걷고 대화를 나누자.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자. 우리는 열린 공간에서 더 행복 해 질 수 있다./span>

제목

어디서 살 것인가

저자

유현준

출판

을유문화사

 청구기호

NA2560 .유94 2018

 

도덕적 인간은 사회를 어떻게 망치는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도덕적인 사회, 공정한 사회에 대한 편견을 뒤흔드는 좋은 책이 있어 소개한다.

도덕적이다. 부도덕하다. 이런 가치판단을 하기 위해 사람들은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자신의 판단은 옳고 다른 이의 판단은 틀린 것일까? 도덕과 공정의 잣대를 들이대며 다양한 생각의 싹을 자르는 것은 옳지 않다. 토론과 상대방의 생각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사회 심리학자 로랑베그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도덕적 의무감의 실체에 대해 설명한다. 사회적 통제에 대한 민감성, 소속에 대한 욕구,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는 능력, 공감 능력 등에 따라 우리의 도덕적 사유와 행동이 달라진다. 절대적인 공정의 개념과 도덕적 준칙은 사회 구성원의 민감성, 욕구, 모방능력과 공감 능력에 따라 다르다. 자신만의 잣대에 따라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비난하는 행위가 나쁜 사회를 만든다. 타인의 부도덕한 행동에 대한 비난 보다는 그들의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고 자신의 도덕성에도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역사를 통해 벌어진 국가 간의 전쟁, 종교 갈등 등을 살펴보면, 선과 악의 절대성은 없다. 물론 보편적인 선과 도덕에 대한 기준은 존재하지만, 이 또한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에 얽매이게 된다. 개인적인 경험은 우리의 도덕적 기준과 판단 근거를 만든다. 남의 불공정과 부도덕을 비난하는데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집단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타인에 대한 공격을 통해 이익을 얻거나, 다른 사람들의 비난 행동을 모방함으로 집단에 소속감을 느끼려는 욕구가 아닐까?

도덕과 권위주의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권위적 인간형의 특징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가르쳐야 할 것은 권위에 복종하는 자세이다. 너무 친해지면 만만하게 보이니 그래서는 안된다. 고통 없이는 중요한 것을 배우지 못한다. 우리의 명예를 실추시킨 사람은 반드시 벌을 받아야한다.

인간은 자신의 부정에는 관대하고 남의 행동에는 민감하다. 예를 들어 거짓말을 해서 얻는 것이 크지 않고 들킬 위험이 크다면 정직을 택하기 쉽다. 하지만, 들킬 위험이 적고 얻을 것이 상당하다면?

감정이입을 통한 도덕성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남의 고통을 보면 참지 않고 도와주는 것이 도덕적이라 생각하는가? 이는 자신이 같은 경우를 당하면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감정이입에 따른 행동이다. 하지만, 감정이입은 타인의 고통을 무시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감정이입에 따른 고통이 클 때 사람은 그 스위치를 끄게 된다. 사회복지사, 의사, 간병인 등은 일을 오래하다 보면 감정적으로 냉혹해지는 경우가 있다. 감정이입이 뛰어난 의료계 종사자는 자신의 일에 염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고통을 치료하는 데 익숙한 의사들은 임상경험이 없는 의사들 보다 환자의 고통에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다. 업무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환자가 당하는 고통을 그렇게 힘든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들은 비도덕적인 냉혹한인가?

예쁘면 착한가?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사람은 타인의 친절과 도움을 수월하게 받는다. 누군가를 도와줄 때 우리는 상대의 매력에 휘둘린다. 매력적인 사람이 도움을 얻기 쉬운 이유는 우리가 매력적인 사람에게 고마운 사람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가 법을 어기지 않는 이유는 처벌의 두려움과 사회에서 왕따당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크다고 한다. 우리가 도덕적이라서 법을 어기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도덕성과 공정을 강조할수록 피해자가 늘어난다고 얘기한다.

사람들은 청결하지 못한 사람은 부도덕하다고 생각하는 편향이 있다. 바이러스가 퍼진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바로 인도의 카스트 제도의 바탕이 깨끗한 브라만과 더러운 불가촉 천민을 나누는 데서 시작했다. 나만의 도덕적인 잣대를 세우는 것 보다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더욱 필요한 세상이다.

제목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저자

로랑 베그

출판

부키

 청구기호

BF789.E94 .B4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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